이통사, 제조사의 보조금이 얼마인지 공개
단통법 시행 당시 도입되려 했으나, 삼성의 반대로 무산
이통사 "분리공시 없으면 폰 가격 오를 것"
제조사 "분리공시 도입되면 주머니 닫을 것"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지원금 상한제가 개정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또 다른 조항인 분리공시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통신사 측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고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되면서 가계통신비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조사에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이 오히려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는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박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의견 수렴 및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분리공시제는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법이 개정될 당시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제안한 제도다. 이통사 뿐 아니라 제조사가 쓰는 지원금 및 장려금의 규모를 공개해 소비자 차별을 금지하고, 가계 통신비를 인하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지원금 규모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면서 분리공시제는 끝내 도입되지 못했다.
◆이통사 "분리공시제 없으면 시장 혼탁" = 지원금 상한제가 개정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이통사에서는 다시금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 없이 지원금 상한제만 폐지될 경우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며 "제조사는 출고가를 부풀린 뒤 지원금으로 할인해주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가 개정될 경우 제조사에서는 80만원짜리 제품을 100만원에 출시하고, 그만큼의 지원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영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제조사는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지원금 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분리공시제를 통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제도(선택약정제도)를 개정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목적도 있다.
현행 선택약정제도는 이름과 달리 지원금에 상응하지 않는 할인율(20%)을 보이고 있다. 최대 지원금은 33만원인 반면 최대 선택약정 할인금액은 52만8000원에 달한다.
이통사들은 지원금 상한제 개정에 따라 공시지원금이 대폭 확대되면 선택약정 할인율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분리공시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를 통해 전체 지원금 중 이통사가 지급하는 규모를 공개하고, 이에 상응하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다시 논의하자는 설명이다. 현재 선택약정 가입자에 대한 통신요금 할인은 공시지원금과 달리 이통사 혼자 부담하는 구조다.
◆제조사 "이통사 억측, 취지 생각해야" = 반면 제조사는 이통사의 이 같은 주장이 억측이라고 반발한다.
글로벌 시장에 스마트폰 출시하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에서만 출고가를 부풀려 책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분리공시제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공개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지원금 상한제 폐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 이통사 별로 지원금이 공개된다면 오히려 서로 지원금을 많이 책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더 많은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지원금 상한제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이며,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