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서해5도 해역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10년 넘게 기승을 부리고 있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행태에 분노하며 당국에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어선은 마치 해상의 만리장성인 양 서해5도 코앞에 거대한 선단을 이루고 불법조업을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는 4월부터 중국어선이 증가해 일일 평균 어선 수는 216척에 달한다. 연평도 북방해역이 141척으로 가장 많고 소청도와 백령도 북방해역에도 각각 43척, 32척이 조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어선의 대부분은 서해5도에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랴오닝성 동북 3항(다롄ㆍ동강ㆍ단둥) 선적의 10∼60t급 중소형 목선이다. 일부는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어업허가를 받는다. 이들 중국어선은 백령ㆍ대청ㆍ연평도 해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4∼6월, 9∼11월 매년 6개월간 집중적으로 NLL 주변 수역에 나타나 꽃게ㆍ범게ㆍ조개류ㆍ까나리등을 싹쓸이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군과 해경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는것은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큰 NLL 해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1999년과 2002년 1ㆍ2차 연평해전도 모두 꽃게잡이 조업과 관련해 교전이 촉발됐을 정도로 NLL 해역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곳이다. 해군과 해경이 대대적인 나포작전을 벌이다가 자칫 NLL을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육상의 군사분계선(MDL)ㆍ비무장지대(DMZ)와 같은 성격의 서해 NLL 해역은 해경단독으로 나포작전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반드시 해군 지원을 받아야 한다. NLL 해역에서는 해경 항공기ㆍ헬기 투입이 허용되지 않아 입체적 단속이 어렵고북한 해안포 사격권에 늘 노출돼 있어 단속에 제약이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평도 어민은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횡포를 보다못해 '직접' 어선 2척을 끌고 왔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어민들이 직접 중국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우리 어선에 대해서도 조업구역 무단이탈과 관련해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조업구역 이탈 어선에 대한 처벌 규정은 수산업법 제34조와 해양수산부령 선박안전조업규칙 제20조에 담겨 있다. 어민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해 직접 조업행위를 했다면 수산업법을 적용해 처벌할수 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어민들이 1시간 안에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부두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수산업법 적용은 어렵다.
다만 '어로한계선이나 조업자제선을 넘어 어로 또는 항해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선박안전조업규칙 20조를 근거로 어민들을 처벌할 순 있다. 해경이 옹진군에 어선들의 월선 사실을 통보하면 옹진군은 청문절차를 거쳐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월선 조업 어선은 30∼90일의 조업 정지와 해기사 면허 정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해경은 그러나 이번 중국 어선 나포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어민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로써는 형사처벌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2005년 5월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나포했을 때도 중국어선만 처벌하고 우리 어민은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연평도 어선 30여 척은 조업에 나섰다가 중국어선들의 모습이 보이자 선박통신망을 이용,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뜻을 모으고 일제히 조업구역을 벗어나 NLL 남방 180m 지점까지 접근, 중국어선 4척을 붙잡았다.
그러나 1999년과 2002년 1ㆍ2차 연평해전이 모두 연평도 근해에서 발생할 정도로 이곳이 화약고나 다름없는 남북대치 해역인 점을 고려할 때 어민들의 집단행동을 상까지 주며 독려하긴 어렵다는 것이 해경의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극렬해지는 중국어선의 조업행태에 어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지만중국어선을 자력으로 나포하려다가 자칫 NLL을 넘어가면 어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군사적 대치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에서 NLL까지는 불과 1.4∼2.5km에 불과해 전속력으로 운항하면 3분 안에NLL 북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해경도 NLL 해역에서는 해군 지원 없이는 단독으로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어선 나포작전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북한 경비함정과 해안포의 동향을 해군이 파악한 뒤에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해상 북방한계선은 육상의 군사분계선처럼 물리적인 표시가 없어서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쫓다가 자칫 NLL을 넘어가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어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 해군과 해경이 불법조업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경본부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연평도에서 18척, 대청도에서 13척, 백령도에서 1척 등 서해5도 해역에서 25척의 중국어선을 나포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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