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유해 가습기 살균제 추종 출시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던 국내 대형 유통사 전직 대표들이 동시 소환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3일 오전 10시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70)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이철우 전 롯데마트 대표(73)가 마찬가지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각각 2004년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2006년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 홈플러스는 내부 전담 조직을 통해, 롯데마트는 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과 공동으로 각각 상품을 기획했고, 용마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납품했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선점한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서 뒤늦게 모방제품을 출시한 두 대형 유통사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유해성 검증을 소홀히 해 인명사고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유해성에 대한 정보 없이 ‘인체에 무해’하다며 허위 광고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판 가습기 살균제는 각각 28명(사망12명), 41명(사망16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검찰은 유해제품 출시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던 두 사람을 상대로 제품 제조·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흡입독성 등 제품의 유해성 관련 보고·지시 내역, 제품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민원에 대한 대응 경과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주 사법처리 대상을 선별·확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3조원대 연매출을 거두던 두 대형 유통사가 시장규모 20억원 안팎 가습기 살균제를 숱한 PB상품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며 고위 실무자급에서 의사결정을 매듭지은 쪽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해제품 출시 당시 제조·판매를 총괄하는 본부장 직에 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65), 김원해 전 홈플러스 본부장(61)의 경우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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