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시계아이콘02분 3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오늘 타계 48주기…영화 '미러클 워커'로 본, 그녀의 스승과 교육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오늘은 기적의 삶을 살아낸, 헬렌 켈러가 타계한 날(1968년 6월 1일)이다. 그녀를 위대한 작가 겸 사회사업가로 만든 힘은, 교육이었다. 영화 '미러클 워커(Miracle Worker)'는 삶이 바뀌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AD


미러컬 워커는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고, 기적 고용자라고 풀어도 될 것이다. 고집 불통에 성격도 엉망으로 짐승같이 살아가던 어린 헬렌에게, 가정교사 하나가 들어와 소녀를 바꾸는 이야기이다. 이 교사가 바로 고용된 일꾼이며 기적을 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아마도 그 이상일 것이다. 기적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 내면에 들어있는 신의 본성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헬렌을 '짐승'에서 이끌어내준 것은 분명 교사이지만, 그녀가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세계의 이해에 다다르게 한 것은, 그녀의 내면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오묘하고 신성한 어떤 본능적 프로그램이다.영화에서 교사가 한 말이 감동으로 남았다. "인간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어떤 낱말 하나를 이해하면서야. 그런데 그게 어떤 낱말인지는 나도 몰라."

영화 내내 학부모인 헬렌의 부모와 교사의 갈등이 계속된다. 헬렌의 내면에 원칙을 심어주기 위해 가혹하고도 엄격하게 식사 규칙을 가르치는 교사를 보고는, 부모는 그를 해고하려고까지 한다. 그것이 과연 헬렌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 것이다. 괜한 과욕으로 되지도 않을 아이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진다. 하지만 전쟁같은 씨름을 벌인 끝에 아이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고 냅킨을 제 자리에 접어놓은 것을 보고는 부모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이쯤에서 우리 교육을 생각해본다. 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던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지금 세상을 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방식과 원칙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인가, 다른 것에서 배운 것인가. 헬렌에게 가르친 식사규칙은 바로 인류를 관통하는 교육의 기본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인 규율을 지키는 태도이다. 사회적인 규율 뿐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에 필요한 무기들을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원시사회부터 산업화 사회까지 교육의 목표는 '사회를 내면화시키는 일'에 집중됐다. 논어와 맹자는 그것을 '치(治, 다스림)'라고 표현했다. 사회 구성원의 마음 속에 '치'가 들어있어야 세상이 평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치'를 마음 속에 들여놓는 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었고, 좋게 말하면 교화(敎化)이고 차갑게 말하면 순치(길들이기)가 그것의 다른 이름이다. 가정교사가 헬렌에게 한 교육의 처음도 그것이었다. 세상살이에 적합한 인간으로 만들어 사회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줄이려는 것. 그것을 갖추는 기미를 보이자 부모는 감동하고 만족했다. 그러나 교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헬렌에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발언하며 세상을 바꿔나가는 존재의 소양과 품성을 갖추는 것까지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이 '순치' 이상이어야 한다는 목표는, 사실 생겨난지 오래되지 않았다. 근대교육은 사회에서 이미 주어져 있는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근대적인 인재관으로 헬렌 켈러나 스티브 잡스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 당대 교육의 고민일 것이다. 말 잘 듣는 어린이와 착한 어린이, 그리고 교과서를 좔좔 외는 똑똑한 어린이의 근대 인재상은, 복합적이고 통섭적인 사회에서 도무지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실감하고 있다. 끝없는 창의와 혁신을 요구하는 사회는 고전적인 덕목인 충직과 성실이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다. 교과서라는 굳고 단호한 가르침은 끝없이 가볍게 진화하는 스마트 세상과 빠른 속도로 재조직되는 인간관계와 세상 소통인 네트워크 사회를 감당할 수가 없다.


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그런데도 우리의 생각은, 학교 교육의 근대적 반듯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 속에서 인성과 덕성을 가르쳐 세상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세상의 부적절한 행위자들은 교육의 부재에서 생겨났는가. 가족 개념이 바뀌고 이혼이 늘어가면서 교육의 기회를 얻지못한 가운데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손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혹에 빠져 범죄에 이르는 공식에 대해선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범죄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관점일지 모른다. 교육받으면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범죄에 대한 관점을 편협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교육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저 영화의 관점은 어떤가. 교육은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관점. 언어 하나, 개념 하나가 인간의 생각을 바꾸며 그 인간이 세상과 대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저 관점 말이다. 혁신과 창의가 중요하고 네크워크가 힘을 발휘하며 인문학적 사유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학교에선 저마다 그걸 가르치겠다고 서로 경쟁이 붙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학교라는 시스템이야 말로, 근대적인 인식을 배양하고 있는 근원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가르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교육만능주의가 실은 교육무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대 사회까지의 인재 양성을 전담해온 학교를 어떻게 리모델링하느냐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무엇인가 해내야 할 미래인간들을 위한 우리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며, 왜 가르쳐야 하는지, 원천적인 물음을 살짝 담고 있는,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날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