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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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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타계 48주기…영화 '미러클 워커'로 본, 그녀의 스승과 교육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오늘은 기적의 삶을 살아낸, 헬렌 켈러가 타계한 날(1968년 6월 1일)이다. 그녀를 위대한 작가 겸 사회사업가로 만든 힘은, 교육이었다. 영화 '미러클 워커(Miracle Worker)'는 삶이 바뀌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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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컬 워커는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고, 기적 고용자라고 풀어도 될 것이다. 고집 불통에 성격도 엉망으로 짐승같이 살아가던 어린 헬렌에게, 가정교사 하나가 들어와 소녀를 바꾸는 이야기이다. 이 교사가 바로 고용된 일꾼이며 기적을 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아마도 그 이상일 것이다. 기적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 내면에 들어있는 신의 본성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헬렌을 '짐승'에서 이끌어내준 것은 분명 교사이지만, 그녀가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세계의 이해에 다다르게 한 것은, 그녀의 내면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오묘하고 신성한 어떤 본능적 프로그램이다.영화에서 교사가 한 말이 감동으로 남았다. "인간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어떤 낱말 하나를 이해하면서야. 그런데 그게 어떤 낱말인지는 나도 몰라."

영화 내내 학부모인 헬렌의 부모와 교사의 갈등이 계속된다. 헬렌의 내면에 원칙을 심어주기 위해 가혹하고도 엄격하게 식사 규칙을 가르치는 교사를 보고는, 부모는 그를 해고하려고까지 한다. 그것이 과연 헬렌에게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 것이다. 괜한 과욕으로 되지도 않을 아이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진다. 하지만 전쟁같은 씨름을 벌인 끝에 아이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고 냅킨을 제 자리에 접어놓은 것을 보고는 부모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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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우리 교육을 생각해본다. 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던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지금 세상을 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방식과 원칙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인가, 다른 것에서 배운 것인가. 헬렌에게 가르친 식사규칙은 바로 인류를 관통하는 교육의 기본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인 규율을 지키는 태도이다. 사회적인 규율 뿐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에 필요한 무기들을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원시사회부터 산업화 사회까지 교육의 목표는 '사회를 내면화시키는 일'에 집중됐다. 논어와 맹자는 그것을 '치(治, 다스림)'라고 표현했다. 사회 구성원의 마음 속에 '치'가 들어있어야 세상이 평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치'를 마음 속에 들여놓는 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었고, 좋게 말하면 교화(敎化)이고 차갑게 말하면 순치(길들이기)가 그것의 다른 이름이다. 가정교사가 헬렌에게 한 교육의 처음도 그것이었다. 세상살이에 적합한 인간으로 만들어 사회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줄이려는 것. 그것을 갖추는 기미를 보이자 부모는 감동하고 만족했다. 그러나 교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헬렌에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발언하며 세상을 바꿔나가는 존재의 소양과 품성을 갖추는 것까지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이 '순치' 이상이어야 한다는 목표는, 사실 생겨난지 오래되지 않았다. 근대교육은 사회에서 이미 주어져 있는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런 근대적인 인재관으로 헬렌 켈러나 스티브 잡스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 당대 교육의 고민일 것이다. 말 잘 듣는 어린이와 착한 어린이, 그리고 교과서를 좔좔 외는 똑똑한 어린이의 근대 인재상은, 복합적이고 통섭적인 사회에서 도무지 무능한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실감하고 있다. 끝없는 창의와 혁신을 요구하는 사회는 고전적인 덕목인 충직과 성실이 더 이상 무기가 될 수 없다. 교과서라는 굳고 단호한 가르침은 끝없이 가볍게 진화하는 스마트 세상과 빠른 속도로 재조직되는 인간관계와 세상 소통인 네트워크 사회를 감당할 수가 없다.


눈 멀고 귀 먼 헬렌 켈러의 인생을 바꾼 비밀



그런데도 우리의 생각은, 학교 교육의 근대적 반듯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 속에서 인성과 덕성을 가르쳐 세상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세상의 부적절한 행위자들은 교육의 부재에서 생겨났는가. 가족 개념이 바뀌고 이혼이 늘어가면서 교육의 기회를 얻지못한 가운데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손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혹에 빠져 범죄에 이르는 공식에 대해선 알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범죄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관점일지 모른다. 교육받으면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은, 범죄에 대한 관점을 편협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교육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저 영화의 관점은 어떤가. 교육은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관점. 언어 하나, 개념 하나가 인간의 생각을 바꾸며 그 인간이 세상과 대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저 관점 말이다. 혁신과 창의가 중요하고 네크워크가 힘을 발휘하며 인문학적 사유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학교에선 저마다 그걸 가르치겠다고 서로 경쟁이 붙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학교라는 시스템이야 말로, 근대적인 인식을 배양하고 있는 근원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가르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교육만능주의가 실은 교육무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대 사회까지의 인재 양성을 전담해온 학교를 어떻게 리모델링하느냐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무엇인가 해내야 할 미래인간들을 위한 우리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며, 왜 가르쳐야 하는지, 원천적인 물음을 살짝 담고 있는,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날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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