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20대 국회가 시작도 되기 전에 대결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의도는 전운에 휩싸인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거부권 정국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에게는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호재라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27일 청와대가 임국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협치'가 깨졌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야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갈등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이 강조해온 '협치'가 급랭하는 모습이지만 청와대와 친박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외부투쟁을 활발히 전개 하면서 내부적으로 정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선임하면서 당 내부 정비에 나서고 있다. 김 내정자의 선임에는 친박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기에 외부인사라 당 사정에 밝지 못한 김 내정자를 선임하면서 강도 높은 쇄신작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친박이 오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위해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총선 참패 책임론'이다. 임기가 두 달 남짓한 혁신비대위원장으로서는 혁신안을 발표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이 또한 친박으로서는 호재다.
친박 혁신비대위원장에 대해 비박(비박근혜)으로서도 쉽게 반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번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용태 의원의 비대위원장과 혁신위원장 추인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되며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내정자의 추인을 위해 의견을 모으는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에서 필요 이상의 잡음이 일어난다면 당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비박 의원들은 원구성 협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를 선임하면서 사실상 친박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회 배정에 원내대표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쉽게 반발하기 어렵다. 자칫 여론의 눈총을 받을 수 있는 강한 반발은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친박의 다음 과제는 '3자 회동'에서 일정부분 공감이 이뤄졌던 단일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될 전망이다. 단일형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은 현행 집단지도체제하의 '9인 최고위원'의 합의제로 운영되는 최고위원 회의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하는 것이다.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박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20대 총선 공천을 주도하면서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인사들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단일지도체제가 확정되면 차기 전당대회에서부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분리 선출되게 된다. 이 같은 투표방식은 친박 후보 난립을 막는 동시에, 친박계의 투표 조직력을 최대치로 높이게 된다. 당권을 가져간다면 친박이 구상하고 있는 밑그림의 큰 구성이 완성되기 때문에 단일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위한 작업 또한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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