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가보훈처가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또는 합창 여부 결정을 위한 외부의견 청취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놓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주관하는 내부회의에서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박 처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1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ㆍ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떤 방식으로 부르느냐를 결정하기 위해 보훈처는 14일과 15일 두 차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박 처장이 주관하고 보훈처 내부 실국장 8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결국 올해 5ㆍ18 기념식에서 기존대로 합창으로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박 처장이 국가적인 논란사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창을 해도 따라 부르기 싫은 사람은 부르지 않으면 되는데 보훈처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ㆍ18 단체들과 유가족은 물론 야당도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 카드까지 꺼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치적 논란만 증폭시킨 꼴이 됐다.
보훈처는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보훈처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주말도 반납하고 각계의 수많은 의견수렴을 거쳐 방향을 정한 것이지 보훈처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밝히지는 않았다.
5ㆍ18 기념일은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었지만 2009년부터 합창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 5월만 되면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8년째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제창과 합창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여론조사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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