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취약점으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조금씩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 CMOS 이미지센서(CIS), 스마트카드I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5.1%로, 2위인 노바텍(18.1%)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DDI는 LCD(액정표시장치) 등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화면 구동칩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신호를 전달, 영상을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2002년 DDI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뒤, 줄곧 연간 기준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고화질 TV, 태블릿, PC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면서 DDI 매출은 더욱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DI 관련 매출은 3억7900만달러로, 직전해 같은기간 대비 12.5% 성장했다.
CIS라 불리는 'CMOS 이미지 센서' 역시 1위인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빠르게 추격 중이다. CIS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디지털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IS 분야 매출 15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3위인 옴니비전(12억1600만달러)과의 격차를 직전해에 비해 더 벌려나갔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14.2%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따라잡기 위해 고성능 초소형 이미지센서 개발과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화소 크기를 1.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까지 줄인 1600만 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또다른 부분은 스마트카드IC다. 스마트카드 IC는 신용카드에 부착된 금색의 칩을 생각하면 쉽다.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시장 외에도 전자 여권, 전자 신분증, 대중교통카드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마그네틱 대신 보안성이 높은 IC칩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스마트카드 IC 시장에서 점유율 39.8%를 기록하며(수량기준) 승승장구 하고 있다. 2006년 1위에 오른 뒤 꾸준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시스템반도체의 선봉장 격인 AP 분야다.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지난해 2분기 기준)로 1위인 인텔(19.5%)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2위 퀄컴(6.7%)에도 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만으로는 더 이상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칩, 또 이를 통합한 원칩 등 다양한 제품으로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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