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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은하의 뜨거운 심장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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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은하의 뜨거운 심장을 찾아라 이창희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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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심장은 약 300그램 정도의 무게를 가진다. 이를 체중 60킬로그램으로 나누면 심장이 우리의 몸에서 차지하는 무게 비율은 0.5%가 된다. 같은 방법으로 포유류 동물들의 심장 무게 비율을 계산해보면 개는 0.75%, 고양이는 0.45%, 토끼는 0.27% 정도라고 한다. 마라톤 선수의 심장은 400그램에 이르고 먼 거리를 뛰어다는 늑대와 썰매 개는 유난히 큰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달리기를 잘 하려면 크고 튼튼한 심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장은 생명을 유지하는 엔진이며, 생명 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밤하늘을 바라보자.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은하는 별, 가스, 먼지 등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이며 우주의 역사동안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은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렇다면 은하 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심장은 어디에 있을까? 모든 은하,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모든 타원체 은하의 중심에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현재까지 발견된 거대 블랙홀의 질량은 작게는 태양의 수백만 배, 가장 큰 것은 태양의 백억 배 이상으로 다양하다. 흥미롭게도 거대 블랙홀의 질량과 그것이 속해 있는 은하의 질량은 서로 비례하는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작은 은하는 그 몸집에 걸맞은 자그마한 심장을 품고 있고, 큰 은하의 심장은 이보다 수천 배 더 크고 무겁다. 최신 연구들에 의하면 은하의 '심장 무게 비율'은 약 0.1%에서 1.8%사이 값을 가진다. 우리의 개념들이 모여 있다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심장 무게 비율은 0.63%이다. 앞에서 언급한 포유류 동물의 비율과 많이 다르지 않다. 필자가 거대 질량 블랙홀을 심장에 비유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다.

이유가 또 있다. 은하는 시간에 따라 체중이 늘어난다. 심장도 따라서 커진다. 은하와 거대 질량 블랙홀의 '동반성장'은 현대 천문학의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은하가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한다면 현재의 우주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초거대은하들만이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관측적인 사실들로부터 우리는 은하의 성장이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은하의 심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 질량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이며 성장한다. 이때 흡수한 물질의 일부가 강력한 에너지의 형태로 블랙홀 바깥으로 방출되는데 이것을 활동성 은하핵 현상이라고 부른다. 활동성 은하핵은 뜨거운 기체와 복사열을 은하 전체로 전달하여 새로운 별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은하와 거대 블랙홀은 적절한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


필자가 포함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매우 흥미로운 활동성 은하핵 현상을 발견하였다. '미니타원은하'라고 소개된 이 은하는 우리은하보다 작은 왜소은하의 한 종류인데, 내부의 별 밀도가 높고 타원체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거대타원은하의 축소판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이런 미니어처 타원은하에서 강력한 활동성 은하핵 현상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활동성 은하핵으로부터 나오는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거대 블랙홀의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은하의 심장은 약 2백만 개의 태양을 더한 질량을 가진다. 여태 발견된 거대 질량 블랙홀 중에서 가장 작지만,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뜨겁게 살아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왔다. 이로써 연구팀은 우리은하보다 수십 배 작은 은하에서도 중심 블랙홀을 통해 형성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은 은하는 매우 어두워서 관측하기 어렵다. 인류가 끊임없이 경쟁적으로 더 큰 망원경을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25미터 크기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 건설에 동참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 최대 크기의 망원경을 활용할 기회가 온다. 그리고 어두워서 아직 발견되지 못한, 작지만 뜨거운 심장들이 저 멀리 우주에 숨어있다. 내 가슴 속 심장도 작지만 힘차게 요동친다.

이창희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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