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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블랙홀의 비밀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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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블랙홀의 비밀을 찾아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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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은 지구로부터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의 초대형블랙홀이 방출하는 제트를 관측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번 연구로 태양의 50억 배를 넘는 질량을 가진 초대형블랙홀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0배 이상 블랙홀에서 가까운 5광년 지점에서 이미 빛의 속도에 가까운 제트 방출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태양의 백만 배가 넘는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초대형블랙홀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관측한 블랙홀은 초대형블랙홀 중에서도 최중량급에 속한다. 또 하나의 의의는 한국과 일본의 연구진이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가 보유한 7기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구성한 한일공동 우주전파 관측망 '카바(KaVA)'로 협동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카바'는 360만분의 1도를 구분하는 극히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눈은 약 60분의 1도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 소개한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형블랙홀에서는 카바 관측으로 4분의 1광년 거리를 구분하는 해상도의 천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한일 공동 연구진은 지난 10년간의 노력의 결실로 최근 다양한 초고해상도 우주전파 관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우주의 진화에서 블랙홀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블랙홀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는데, 과학자들은 초대형블랙홀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우주 탄생의 초기부터 은하와 은하가 무리를 이룬 은하단에 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과정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일 연구진이 이번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가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시설을 만들어 보유하고 있어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던 연구 환경이 크게 작용하였다. 해외의 시설을 이용할 경우 겨우 수개월에 할 수 있었던 관측을 우리의 연구시설로 2주 간격으로 꾸준히 초고해상도 관측을 수행하여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초과학 연구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작게는 연구자의 지적 호기심 충족이고, 거창하게는 인류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초과학 연구 신청서에도 연구 활용 방안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적어낼 것을 요구받는 환경에서 '호기심 충족'이나 '인류 인식의 지평을 확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초과학 연구자의 마음은 대부분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좋은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는 생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초과학의 엄청난 파급효과, 필자의 분야와 관련해 예를 들자면 의료 영상기술의 기초가 된 전파관측망 기술, 우주전파 관측 품질 향상을 위해 개발되었던 무선 인터넷기술의 표준이 된 와이파이 등을 열거하며, 기초과학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설파하기도 한다. 이렇게 예기치 않게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기쁘고 반가운 일이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드물고 거의 예측 불가능하다.


요즘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 연구자의 존재가 이 예측 할 수 없으나 파급효과가 큰 '경제적' 가능성으로만 인정받고 평가되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으며 문화적인 다양성과 포용성은 넓고 깊어진 한국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시선과 이해는 오히려 더 좁고 얕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사회의 편향된 시선도 아쉽지만, 과학 하는 즐거움과 연구하는 재미를 알리는 데 소홀했던 우리 연구자들의 자세도 반성해야겠다. 혹시 우리 스스로 이미 그런 즐거움을 잊은 것은 아닌지.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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