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해운업계의 전방위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진해운과 모회사인 대한항공은 22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정상화 추진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13년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왔으나 급격한 해운업황 악화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독자적 자구노력만으로는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단 지원을 토대로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은 조만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곧 채권단협의회에 안건을 올려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 동의가 있어야 돌입할 수 있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채무는 약 5조6000억원(3월말 기준)이다. 당장 오는 6월 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1900억원 상환이 급한 불이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이후 최은영 회장이 독자경영 해왔다. 그러나 누적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대한항공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받고 나서 2014년 경영권이 조 회장에 넘어갔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의 자금 수혈을 비롯해 계열사 지분을 전량 매각, 벌크전용선, 국내외 터미널 지분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이행했다.
한진해운의 매출액은 개별기준 2013년 9조2014억원, 2014년 8조4385억원, 2015년 7조6696억원 등 매년 1조원 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3년 4774억원, 2014년 212억원의 적자를 냈다가 2015년 214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으나,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의 주요 열쇠인 용선료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유럽 등 주요 해외선주들에 협상단을 파견해 용선료 인하 및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추가 자구안을 준비중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추진중인 자구안을 사즉생의 각오로 반드시 이행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용선료 협상에 대한 중간결과는 이르면 다음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전체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한 사채권자 집회가 오는 6월 초께로 예정된 만큼 용선료 인하 협상의 마지노선은 다음달 말까지다.
만약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실패한다면 회사채 만기 연장도 어려워져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커진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글로벌 컨테이너사 동맹에서 빠지게 돼 사실상 퇴출과 다름없는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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