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사전 안내문자…"아웃도어 패션은 한국인 뿐" "옷까지 간섭하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지난달, 주부들과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유럽여행 패키지 관련 글이 화제가 됐다. 해당 글은 단체여행 가이드에게서 온 사전 안내 문자메시지로, '등산복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주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스페인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김모(67)씨 역시 가이드로부터 '유럽은 등산을 하시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는 곳입니다. 등산복은 꼭 피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옷장을 열어보니 평소 입던 등산복밖에 없었다"며 "가이드 문자를 받고 백화점에서 점퍼 몇 벌을 사서 입었다"고 말했다 .
출근용을 제외한 옷들 대부분이 형형색색의 아웃도어라면 대한민국 아저씨·아줌마라는 증거가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등산복은 하나의 패션문화가 된 지 오래다.
중장년층의 등산복 사랑은 해외에서도 계속됐다. 평소에도 등산복을 즐겨 입는 직장인 박모(58)씨는 "여행을 가면 많이 걷게 되고, 땀도 나는데 등산복은 기능성이라 편하고 땀도 흡수돼서 좋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방송에서 외국인 패널은 해외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구분하는 방법은 값비싼 아웃도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관광지에서 한국인들의 등산복이 TPO(Time,Place,Occasion·때와 장소 경우에 맞는 옷차림)를 깨 미관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과 같이 성당, 고성이 많은 장소에서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한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기 안 좋다는 것. 또 무리지어 다니는 현란한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에 대한 현지인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동유럽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주부 임모(56)씨는 "유럽여행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 등산복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성당에 들어갈 때도 등산복을 입고가면 좀 그렇지 않냐"며 "온 국민이 등산복만 입는 나라 같다. 산악지역 빼고는 평상복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등산복이 설령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여행사에서 나서서 입지 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네티즌은 "뭘 입던지 내 마음 아닌가. 내 돈내고 옷사서 입고 가는 것까지 참견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등산복처럼 편한 옷이 없다. 단체로 입으면 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다 제멋 아니겠냐"며 "중학생도 아니고 옷까지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자를 보낸 해당여행사는 "안내문자는 각 가이드의 성향에 따라 개별적으로 보내는 것이다"라며 "등산복을 절대 입고오면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고, 유럽인들의 한국관광객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있고 등산복을 입으면 관광객인 것이 티가 나서 소매치기 위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당부하는 차원이다"라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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