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지수 공개, 깊어지는 신흥국 부진
IMF·WB 봄 회의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 예상
"각국 정부 강력한 개혁추진 및 부양의지 보여줘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세계 경제가 최악은 지났지만 여전히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집계하는 '타이거지수'를 10일(현지시간) 공개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정상궤도를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이거지수는 주요 20개국(G20) 경제를 점검하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입, 산업생산, 주식시장, 기업·소비자 신뢰지수 등 13개 부문을 종합해서 산출된다. 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지난해 플러스를 회복했던 선진국 지수는 올해 들어 다시 제로(0)로 떨어졌고 작년 중반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신흥국 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수석 연구원은 "1~2월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은 진정됐지만 올해 세계 경제는 2015년에 이어 또 다른 저성장(tepid growth)의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면서 "각국 정부가 개혁추진 및 경기부양 의지를 확고하게 보이지 않는 한 미약한 성장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큰 위기 없이 잘 극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외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중국은 시장 친화적인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 미국과 영국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지난해보다는 낫겠지만 투자와 개인지출, 소비자 신뢰 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 중에서 중국은 뚜렷한 성장둔화가 예상되며, 인도는 현재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경기침체가 길어질 전망이다.
미약한 세계 경제 회복세는 이번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2016년 춘계 회의(2016 Spring meetings)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예정이다. IMF는 15~17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 앞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예정이다. IMF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와 3.6%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논할 시점은 아니지만 성장이 너무 느리고 취약한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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