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 수입 '의무없다' vs "고율관세 위해 필요"
"벼 재배면적까지 감소하면 수입 쌀에 휘둘릴 수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쌀 관세화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원칙이 적용돼 국별쿼터 폐지, 밥쌀용 의무비율(30%) 폐지, 수입쌀 해외원조가 가능하다. 밥쌀 수입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쌀 재고량이 많아 쌀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밥쌀을 수입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전국농민총연맹이 3월15일 발표한 총선 공약)
쌀 소비 감소, 늘어나는 재고와 함께 '밥쌀용 수입'도 국내 쌀 시장에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았다.
우리 땅에서 생산한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외국에서 밥쌀용을 사온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쌀 수입 반대 측의 주장은 쉽게 수긍을 하게 된다.
반면 값싼 수입쌀로 부터 최소한의 시장을 보호가 위해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려면 일정 정도의 밥쌀용 쌀을 들여와야 한다는 얘기 역시 국제통상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쌀을 관세화 하면서 매년 쌀 40만8700t을 수입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쌀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늘려야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쌀 수출을 원하는 나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2005년 22만6000t인던 MMA물량은 2014년에 40만8700t으로 늘어나게 됐다.
작년 관세화를 허용하면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이 MMA물량은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전환됐다. 2014년 기준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5%의 저율 관세를 적용하며,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가 적용받게 됐다.
TRQ 물량 가운데 밥쌀용으로 수입도 가능케 됐다. 지난해 TRQ물량 40만8700t 가운데 6만t(14.7%)을 밥쌀용 쌀로 수입했다.
정부는 관세화 대신 밥쌀용 쌀의 의무수입비율 조항을 삭제한 양허표 수정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베트남·태국·호주 등 이해관계국으로부터 검증 과정에서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밥쌀용 수입을 양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다.
특히 정부는 밥쌀 수입을 유지하면서 올해부터 국내 쌀 생산을 감축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연말 '중장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작년말 기준 79만9000㏊였던 전국 벼 재배면적을 올해부터 76만9000㏊로 3만㏊ 줄인다고 밝혔다.
쌀 재배 농가가 위축되고 밥쌀용 수입 쌀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국내 쌀 시장은 수입 쌀로 인해 쉽게 왜곡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농측은 "밥쌀 수입은 중단되어야 하며 TRQ 쌀에 대한 종합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벼 재배면적과 농지면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농지규제 완화와 비농민 농지소유 정책을 철회시키고 농업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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