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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자투리 펀드 청산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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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A은행 직원 김모 대리는 최근 업무 시간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산다. 자신이 판매한 해외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펀드를 해지해야한다는 설명을 하기위해서다. 김 대리가 판매한 해외펀드는 소규모펀드로 분류돼 '청산대상'이 됐다.


요즘 금융회사 창구는 '자투리 펀드' 청산 작업에 한창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소규모 펀드 해소 방안'에 따라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를 정리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올해 말까지 소규모펀드의 비율이 공모펀드 대비 최종 5% 이내가 돼야 한다. 소형 운용사(공모추가형 펀드 10개 이하, 소규모펀드 수 5개 이하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규 펀드를 출시하지 못하게 된다. 신상품 판매 불가라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투리펀드를 정리하고는 있지만 곳곳에서 볼 멘 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운용은 운용사에서 하지만 판매와 관리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하기 때문에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자투리 펀드를 청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소규모펀드 정리를 위해 고객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안내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펀드끼리 합병이 가능한 국내펀드와 달리 해외펀드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비중이 높아 임의해지 외에는 펀드를 없애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실을 본 상황에서 강제로 펀드를 청산해야 하는 경우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펀드 출시를 막고,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펀드를 줄여야 한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규제 방식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대부분 금융회사는 상품 개발과 출시를 상품 관련 부서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관련 상품이 시장에 나와 있어도 비슷한 펀드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품이 아무리 많아도 투자자들의 돈은 수익률이 검증된 펀드에 몰린다. 이런 쏠림 현상 때문에 대부분 펀드는 자투리펀드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기존 소규모펀드를 정리하는 것과 함께 신규 펀드설정에 대한 규제 역시 강화해야 소규모펀드가 양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래야만 펀드 시장에도 운용사들이 고심해 출시한 양질의 상품이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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