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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人]윤종규 KB금융 회장 "미래에셋은 IB, 우린 유니버셜뱅크로 간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1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임직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입을 열었다. KB금융으로서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현대증권 인수가 전날 확정된터라 윤 회장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무거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만족감도 얼굴에 완연했다.


윤 회장은 "인수합병의 결과는 반반이며 인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수 과정을 마무리해 통합을 잘 하는 것"이라며 "현대증권을 명가(名家)로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에게 이번 인수전은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에 고배를 마신 뒤 증권업계에서 당분간 현대증권 외 매물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인수에 실패한다면 '리딩 금융사'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 윤 회장은 이런 부담감을 안고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향후 비은행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상당부분 근접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1조7000억원 중 은행 부문은 67%가량을 차지한다. 카드는 22%, 증권은 3%에 불과하다.

KB금융은 사업 모델 다각화 차원에서 지난해 손해보험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다. 이에 더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통합하면 증권업계 3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된다. 은행, 보험, 증권이라는 금융업의 '삼각편대'가 균형 잡힌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윤 회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를 앞으로 KB금융이 지향할 모델로 제시했다. BoA는 2008년 메릴린치를 인수해 그룹 내 자산관리(WM) 수익비중을 10%에서 21%로,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은 16%에서 38%로 끌어 올렸다.


윤 회장은 "IB(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지금 커머셜뱅크(상업은행)를 붙이는 상황이며, 미래애셋대우증권은 순수 IB에 가까운 노무라 모델을 지향하는 것 같다"면서 "KB금융은 은행의 자본력과 명성, 고객기반을 활용하는 유니버셜뱅크(은행ㆍ보험ㆍ증권 겸업) 모델이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사전에 오픈하지 않기로 양해돼 있다. 현대증권의 잠재역량과 시너지 창출 등을 종합해 주주가치에 도움되는 범위에서 적정 가격을 썼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회계사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치밀함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선 일반적인 예상가였던 7000억원대를 훌쩍 넘는 1조원대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특히 이사회에도 "1조원을 넘는 가격이 지금은 비싸보이지만 5~10년 후를 내다본다면 그 가치는 수십배가 돼 돌아올 것"이라며 설득했다는 전언이다.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윤 회장의 금융그룹 내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실사를 거쳐 인수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안다. 윤 회장의 치밀한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게 내부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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