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흡연시 손님-주인 동시 처벌토록 법 개정 추진..."간접 흡연과의 전쟁 벌인다"...5월1일부터 지하철역 입구 10m 이내 흡연 단속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취업준비생 A씨는 얼마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집 근처 PC방에 갔다가 옆자리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다른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았다. 분명히 금연구역이지만 업주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A씨는 항의했지만 업주는 시정 조치는커녕 "다른 자리로 옮겨라"고 권하기만 했다. A씨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문제지만 방관하면서 손을 놓고 있는 업주들도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카페, 식당, PC방, 만화방 등 금연구역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울 경우 업주까지 처벌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흡연자 처벌 조항만 있을 뿐 업주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간접 흡연 피해가 속출하고, 지자체들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식당과 카페, PC방, 만화방 등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시설에서 업주의 방조 하에 금연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간접 흡연 피해가 만연하고 있다.
흡연 단속 근거인 국민건강증진법의 허점 때문이다. 이 법은 지난해부터 카페, 식당, PC방, 만화방 등 공중이 이용하는 모든 시설의 소유자나 관리자로 하여금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 스티커를 출입구 등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붙이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차 17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손님의 흡연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재떨이나 종이컵을 갖다 주는 등 방조하더라도 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즉 금연구역 스티커만 붙여 놓으면 '면죄부'를 받는 것이다. 반면 흡연을 한 손님에 대한 처벌은 제9조 제3항에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매출액 감소를 우려한 업주들은 금연스티커만 붙여놨을 뿐, 손님들이 담배를 피워도 쳐다만 보고 있다. 단속을 해야 할 일선 지자체들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핑계로 손을 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전역에서 3만3790건의 금연구역 위반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전부 손님 또는 공공시설 이용자일 뿐 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가 법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할 경우 해당 손님 뿐만 아니라 업주(소유자)도 처벌하는 '양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주들의 금연구역 관리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와 흡연자들의 비협조가 간접 흡연 피해의 큰 원인"이라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돼 보건복지부 등에 흡연자-업주를 동시에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해 오는 5월1일부터 서울 시내의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과태료를 매기는 등 간접 흡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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