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치밀한 계산…'옥새파동' 막전막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이 성공을 거두었다. 당초 김 대표가 주장했던 지역의 절반만 무공천을 이뤄내 '반쪽승리'로 볼 수 있으나, 이재오(서울 은평을) 유승민 (대구 동구을) 의원의 지역을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임을 감안할 때 김 대표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무공천 지역에 대해 '김무성의 단수공천이 이뤄졌다'는 말이 회자 될 정도다.

이번 '옥새파동'은 김 대표가 철저하게 계산해 실행된 작전으로 보인다. 공천과정에서 무수한 모욕을 참아 냈던 김 대표는 기회를 엿보다 후보등록일에 전격적인 선언으로 친박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김 대표의 움직임이 하루만 빨랐어도 '옥새파동'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 '대부'의 대사처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22일 상황을 보자. 22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유 의원 등의 공천을 마무리 짓고 밤 9시로 예정되어 있던 최고위원회의에 결과를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유 의원의 공천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을 다시 최고위로 더 넘겼다. 공관위가 결정을 내지 못하자 최고위 회의를 취소한 김 대표는 이날 심야에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서 김 대표는 사퇴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였고 측근들은 이를 만류 했다고 한다.

결국 김 대표는 유 의원의 탈당이 예고된 2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그랬고, 이전 비공개 최고위 때도 경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었고, 유승민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했었다"는 말을 한다. 유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던 것에서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그는 이어 이날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의 지역구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차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한구 공관위원장도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공관위는 유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결정을 또 내리지 않았고 결국 유 의원은 이날 밤 11시 탈당을 선언한다. 같은 시각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간의 고성이 회의장 밖 기자들에게 들릴 정도로 갈등이 폭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최고위 회의 직후 김 대표는 최고위원과 여의도 감자탕 집에서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는 무척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진다. 김 대표도 미소를 띠며 참석자들과 함께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감자탕 회동 직전 '옥새파동'의 시나리오 구성을 이미 끝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미소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여유였던 것이다.

다음날인 24일, 공식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날 김 대표는 '옥새 투쟁'을 선언하고 부산으로 내려간다. 생각지 못한 역습을 받은 친박은 최고위 회의를 열지만 김 대표가 없는 한 최고위에서 결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원 원내대표가 급히 김 대표를 찾아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다음 날 상경하겠다는 약속 이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25일 상경도 김 대표의 계산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대표 최고위원의 부재를 문제 삼아 원 원내대표를 의장으로 최고위의를 운영하려던 친박의 계산을 원천 봉쇄 한 것이다. 김 대표가 국회 주변에 머물고 있는 한 '사고'로 인한 부재라고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시간은 김 대표의 편이었다. 김 대표와 친박은 타협을 통해 서로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었지만 그래도 가장 큰 승리자는 김 대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번 '옥새파동'으로 인해 청와대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됐다. 대선을 꿈꾸고 있는 김 대표가 유 의원은 지켰지만 청와대의 비토를 받는 이 상황이 정말로 '승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