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비례대표 공천파동을 두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벼랑끝전술'을 이어가면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의 당무거부가 연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걸고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에서는 지난 대선 때와 유사하지만, 제1야당의 수장이 된 지금은 성과 없이 회군(回軍)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자신이 마련한 비례대표 공천안(案)이 무력화 되자 "이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사퇴가능성을 내세워 벼랑끝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김 대표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대선 시기 그의 모습과 겹쳐진다. 지난 2012년 11월 김 대표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 등 자신이 마련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 달 가까이 당무거부에 나선 바 있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지 않을 때마다 당무거부를 거듭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벼랑끝전술을 이어간 가장 큰 이유로 취약한 당내 기반이 꼽힌다. 총ㆍ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라는 실질적 대주주에 의해 영입 된 만큼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물리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직접 고른 비대위원을 두고도 "내가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비대위원들을 100% 신뢰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벼랑끝전술이 갖는 무게감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김 대표는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 중 1인이었지만, 지금은 제1야당의 법적 대표인 까닭이다.
실제 김 대표의 사퇴설이 흘러나온 22일 더민주는 쑥대밭이 됐다. 외부활동을 자제하던 문 전 대표는 급거 상경해 사퇴 만류에 나섰고, 우윤근ㆍ박영선ㆍ표창원ㆍ김병관 비대위원은 2시간 가량 기다린 끝에 김 대표를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달라진 김 대표의 위상을 방증하는 장면인 셈이다.
김 대표와 각을 세워온 주류 진영에서도 옹호론이 나왔다. 조국 전 더민주 혁신위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 대표의 '셀프공천' 과 관련해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 올렸다가 14번으로 내렸다가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공(功)은 잊고 심한 욕설이 퍼부어지는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와 달리 성과 없이 회군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렵다, 계속 (대표직을) 해 주셔야 한다는 말은 (김 대표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라며 "(김 대표에게) 일단 다 맡기고 총선을 치르게 하면 그분이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