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VS 중러 신경전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현지시간)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에선 5개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15개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의결, 국제사회의 단호한 북핵 불용 의지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는 향후 안보리 제재 이행과 한반도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주요 국가 간 팽팽한 물밑 신경전이 펼쳐졌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국의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동북아의 새로운 대치구도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대북 봉쇄 수준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주도한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대북제재의 강력한 이행을 역설하며 대북 압박 기조에 무게를 실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제재는 지난 20년간 채택된 안보리 결의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포괄적이고 강력한 이번 결의를 이행하는 데 국제사회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맨사 대사의 발언은 평양 정권을 강력히 압박해 비핵화 약속과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을 통해 "북한은 위험한 (대량살상 무기 개발) 프로그램들을 포기하고 북한 인민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이날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당과 군의 주요인사 11명과 북한 국방위원회 등 5개 정부기관을 특별제재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요시카와 모토히데 유엔 주재 일본대사도 이날 안보리에서 "제재는 온전히 이행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기존 안보리 제재를 어기고 북핵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외교적 해결 필요성과 사드 배치 반대 입장 등을 부각시켰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중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병행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오늘 채택한 결의는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는 데 이용될 수 없다"며 미국 주도의 대북 봉쇄를 견제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결의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기회 또한 남기고 있다"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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