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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카데미는 무엇에 주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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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카데미는 무엇에 주목했나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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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이변은 없었다. 전례를 충실히 따르며 수상작을 선별했다. 최대 수혜자는 '스포트라이트'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29일(한국시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2002년 가톨릭 사제 약 일흔 명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을 조명한 작품이다. 비밀 법정기록에 매달리는 마이크 레벤데즈(마크 러팔로),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는 샤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 각종 자료를 조사하는 매트 캐롤(브라이언 제임스), 이들을 아우르는 로비 로빈슨 팀장(마이클 키튼)의 취재 과정을 상세히 전하며 오늘날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 이변이 아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각본, 각색, 편집상 가운데 하나를 차지한 작품에게 작품상을 수여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감독상, 주연상 등 주요 부문 수상을 놓쳤다. 그래서 작품상 수상을 이변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하지만 근래 아카데미는 '타이타닉', '뷰티풀 마인드',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압도적인 영화가 없거나 각각의 성취를 인정해야 할 때 상을 고르게 배분한다. 2013년 시상식이 대표적이다. '아르고'에 작품상,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에게 감독상을 줬다. 이듬해에는 '노예 12년'에 작품상,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에게 감독상을 안겼다.


2016 아카데미는 무엇에 주목했나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틸 컷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근접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 속에서도 유독 사실성이 도드라진다. 가까운 과거를 조명해 현실 참여적인 성격까지 갖췄다. 미국 TV드라마에서 자주 발견되는 객관적인 서술을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은 영화에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각 인물들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취재 과정을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를 움직이지만 인물과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음악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신파적 요소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인물의 입체감이 떨어질 수 있는 우려는 기자들의 끈끈한 조직력으로 잠재운다. 가톨릭 사제들이나 취재를 방해하는 세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스포트라이트 팀의 동선에만 집중해 순조로운 몰입을 유도한다. AP통신은 이번 수상에 대해 "비인기 직업을 다룬 영화가 약자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와 흡사하다. 연출이나 편집은 후자가 더 파격적이다. 시장의 몰락을 예측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와 연극의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 흥미롭게 그렸다. 그러나 그동안 아카데미는 월스트리트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체로 인색했다. 무관에 그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 스트리트' 등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스포트라이트가 강조하는 저널리즘은 연예인 사생활 뉴스나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 기사가 난무하는 현 미국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활동이다. 멕시코로 넘어갔던 작품상을 고향으로 가져오면서 대중에게 충분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레버넌트: 예견하고 돌아온 자


당초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였다. 아카데미의 전초전 성격을 보이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영화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챙겼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 감독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작품상의 요건으로 꼽히는 각본과 각색에서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종합점수에서 스포트라이트에 밀렸다. 이야기를 지탱하는 복수극에 대한 서술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여정에 비해 단출하게 흘러간 점 등이 약점으로 지적받은 듯하다.


2016 아카데미는 무엇에 주목했나 영화 '레버넌트' 스틸 컷


그래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주요 부문에서 3관왕에 오르며 특정 작품에 상을 몰아주는 아카데미의 오랜 전통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냐리투 감독은 다시 한 번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며 2014년 쿠아론 감독에서 시작된 멕시코 출신 감독 열풍을 이어갔다. 서부극의 전설 존 포드('분노의 포도'·'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와 조셉 맨키위즈('세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이브의 모든 것)에 이어 역대 오스카에서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은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좀처럼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지 못하던 디캐프리오도 남우주연상으로 이끌었다.


원동력은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사실성에 있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에서 연극인들이 드러내는 자조와 자학을 편집 없이 롱테이크숏(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것)으로 따라붙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 연극 무대와 분장실 등을 자연광으로 조명하면서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투영될 만한 또 다른 이야기를 구체화해 내면의 변화를 보여줬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도 그는 야생이 보존된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산림에서 촬영하며 인공조명을 쓰지 않았다. 햇빛과 불빛의 담백한 색감만으로 명암을 살려 극의 강렬함을 표현했다. 자연은 광활하게, 인물은 세밀하게 담으면서 리얼리티의 정점을 보여줬다. 여기에 곁들여진 거센 바람과 거친 숨소리는 버드맨의 드럼 비트처럼 지루함을 달랬다.


▶'매드맥스: 찝찝한 도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이변은 노미네이트에서 일어났다. 할리우드의 주류영화들을 대거 포용했다. 열두 부문에 지명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와 열 부문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일곱 부문의 '마션', 여섯 부문의 '스파이 브릿지'의 북미 흥행 성적을 합치면 5억달러(약 6182억원)에 이른다. 이는 그동안 거의 홀대한 공상과학 영화 등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듯했다. 겉보기에 성적표는 그럴싸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상 등 6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정작 주요 부문에서는 한 개의 트로피도 얻지 못했다.


2016 아카데미는 무엇에 주목했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 컷


가장 아쉬운 부문은 감독상이다. 조지 밀러는 사실상 이냐리투의 2회 연속 수상을 저지할 유일한 경쟁자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전미비평가협회 등 평단으로부터 지난해 최고의 영화로 꼽혔기 때문이다. 유럽의 비평가들마저 앞 다퉈 극찬을 내놓아 오스카의 보수적 성향을 돌파할 여력이 충분해 보였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30년 만에 부활시킨 패기까지 더해져 수상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끝내 그의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다. 주류영화로 시야를 넓혔어도 아직은 이성과 과학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수용하는 수준이다. 광기 어린 블록버스터까지 환대를 받으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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