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일주일째
테러방지법 논란에 경제활성화 쟁점법안은 심의조차 못해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국회가 야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정국에 휩싸이면서 2월 임시국회의 주요 쟁점이었던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여야는 곧바로 총선모드로 전환할 전망이어서 19대 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지난 일주일간 테러방지법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동안, 경제활성화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의 독소 조항을 제거하지 못한 채 법안 통과에 협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여당이 수용 않으면 계속 무제한토론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장 여야의 발등에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처리라는 불똥이 튀었다. 무제한토론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넘어왔다. 선거를 고작 45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선관위는 29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선거 실무에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 또한 선거법을 29일 본회의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여야가 29일 선거법을 처리한다면 더 이상 법안처리는 힘들어질 전망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선거법이 처리되면 여야는 본격적인 공천 관련 실무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법안처리의 동력을 잃게 된다.
여당도 다급해진 모양새다. 야당이 무제한토론을 중단하고 테러방지법 처리가 이뤄진다 해도 경제활성화법안의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제한토론을 거치며 여야의 감정적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테러방지법과 선거법 처리 이후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협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일단 테러방지법을 처리한 이후 선거법과 경제활성화법안을 연계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예비후보들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이 예고된다.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여야가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것도 쉽지 않다. 2월 임시국회가 3월10일까지지만,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이 처리되면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마음이 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쟁점법안의 처리 지연에 대해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손날로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3ㆍ1절 기념사를 통해 경제활성화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에 거듭 요청할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이기권 노동부 장관을 29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시켜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무제한토론을 중단하지 않고 국회를 마비시켜서 생겨나는 민생파탄ㆍ선거연기 상황이 온다면 그 책임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날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 4법을 3월 임시국회에 직권상정해야 한다"며 "19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쟁점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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