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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경제]세이의 법칙 저물고 케인스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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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에도 소비 안 살아나
유동성 충분한데 부동자금 늘어
전통적 통화정책도 작동 안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오종탁 기자] 최근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들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세이(Jean B. Say)의 법칙이 저물고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형국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세이는 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수준에 맞춰져 경제가 항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는 총수요가 총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장기적으로 존재해 경기침체와 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경제가 침체일로에 들어선 것은 늘어나는 공급에도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약세가 예상과 달리 실물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월평균 값은 지난해 12월 34.92달러에서 올해 1월 26.86달러로 23.1% 급락했다.


통상 국제유가 하락을 제품경쟁력을 높여 수요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국제유가는 오히려 저물가를 확산시켜 세계 경제 전체를 둔화시켰다. 이는 저성장→수요 축소→생산 감소→고용 긴축→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저물가ㆍ저성장으로 악순환하는 구조를 초래했다. 저유가로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전체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이 58%에 달하는 한국은 조선ㆍ건설ㆍ플랜트 등 주력 수출 분야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실물 경제도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단기 처방에도 불구하고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넘쳐나는 시중자금이 부동화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와 재정확장정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했지만 정작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1로 직전분기 0.72보다 0.01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소비와 투자 등에 자금이 쓰이지 않아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 1.51에 달했던 통화유통 속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0.88로 떨어진 후 추세적 하락국면이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시중 금융회사를 통해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 승수도 작년 3분기 17.8까지 떨어졌다. 이 역시 역대 최저치다. 은행 대출이 공급에 비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공급이 늘어나도 수요가 창출되지 않고 있는 셈이고 이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ㆍ금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중앙은행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이너스 기준금리도 기대와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예상된 파급효과는 자국 통화가치 하락→수출 증가→경기호조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엔화가치는 되레 뛰고 있다. 유로화 역시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 발언을 한 이후 더 올랐다.


글로벌 경제가 전통적인 성장경로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만큼 국가간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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