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정부가 중소ㆍ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해결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소기업청 주재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제기된 불합리한 규제 10건 중 절반가량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간담회 당시 플라스틱 제조 업체들은 완제품 업체인 중소기업에만 부과하는 폐기물부담금을 대기업인 원료공급 업체와 분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은 대기업(합성수지 등 원료 제조 업체)이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부과 대상이 중소기업(제품 제조 업체)으로 바뀌었다. 중소기업은 간담회에서 원료 업체와 제조 업체가 폐기물 부담금을 분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중소기업 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만료 시 후임 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연간 외국인 근로자 신청 기간 횟수를 현재 3~4회에서 5회 정도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체류 기간이 끝난 기존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은 수시로 발생하지만 신규 근로자 채용신청 기간은 연중 3~4회에 불과해 그사이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중소기업들은 관세청이 수입 대상 물품을 무작위로 선별해 검사하고 검사에 드는 수수료나 물품 보관 등의 비용을 화주에 부담시키는 제도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3~4년 전 대기업 사업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화학사고에 따라 대폭 신설ㆍ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설치ㆍ관리 기준도 중소기업 실정에 맞게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진행이 더디다.
반면 대중의 관심을 받은 숍인숍(복합매장) 시설분리의무 등의 규제는 지난해 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개선됐다.
실례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늘어나면서 커피숍에서 책을 팔려면 중간에 칸막이를 해야 한다는 규제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지적됐었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규제 해소는 청와대나 대중이 관심을 갖는 것에만 시끌벅적할 뿐 정작 관심에서 멀어지면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애로사항으로 꼽은 규제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사후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 간의 입장 차이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고 부처 간 오해의 여지 등으로 제대로 사후관리를 하거나 규제 해소를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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