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원규 기자] "A 종목도 지카 바이러스 수혜주인데 기사화 해주면 안될까요?"
요즘 전화나 이메일, 메신저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국내 증시에는 관련 테마주 열풍이 불고 있다.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는 상한가 행진을 하며 지난달 28일 4005원이던 주가가 3일 1만550원까지 치솟았다. 모기 퇴치제 생산업체 명문제약, 백신개발업체 진원생명과학, 모기 스프레이 용기를 만드는 대륙제관 등도 동반 급등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모기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는 국내 외 뉴스에 수급이 붙은 결과였다.
주식시장은 뉴스와 풍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중소형 종목들은 관련 뉴스에 더욱 민감하다. 유통주식수가 적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특정 세력이 뉴스와 풍문을 이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단기간 몇십 퍼센트에서 몇배까지 오르는 테마주에 달콤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테마주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느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추격매수에 적극 나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오른 주가는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니더스와 함께 대표적 지카 바이러스 테마주로 꼽히는 명문제약의 모기 퇴치제 비중은 사업보고서에 비중이 표시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진원생명과학 역시 마찬가지다. 1년전 백신을 개발한다고 알려졌지만 확인결과 지난해 하반기에야 개발을 시작했고, 실질적인 생산까지는 3~5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급등 기간 중에도 테마주들은 급등락을 반복한다. 최근 동반 급등중인 지카 바이러스 테마주들도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직후인 지난 2일 대부분 10~20%대 급락세를 보였다.
흔히 테마주 투자를 '폭탄 돌리기'에 비유한다. 이 폭탄은 주가를 올린 세력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터진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몰릴수록 폭탄은 커지고, 세력들의 수익은 커진다. 폭탄이 터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지카 바이러스 테마주 급등이 불안한 이유다.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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