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경찰이 폭행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제로 음주측정을 하려고 했다면 이를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5월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A씨는 폭행사건 조사를 위한 임의동행을 요구 받아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서로 이동한 뒤 경찰은 음주 측정을 요구했고, A씨는 거부했다. 경찰은 A씨를 강제로 교통조사계로 끌고 가 음주측정을 요구했고, A씨는 3차례에 걸쳐 이를 거부했다.
A씨는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위법한 임의동행 상태에서 한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한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한 요구에 관련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 등의 증거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로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경찰서 본관 입구에서 동행하기를 거절하는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위법한 강제연행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교통조사계에서의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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