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조건과 우승 속도, 메이저 성적 '닮은꼴', 스피스 "차세대 골프황제 예약"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스피스 54언더파 vs 우즈 53언더파"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와 '옛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의 4대 메이저 성적표를 비교했다. 스피스는 지난해, 우즈는 물론 US오픈부터 디오픈, PGA챔피언십까지 메이저 3연승을 일궈내 최고의 전성기로 평가받는 2000년이다. 스피스가 새해 벽두부터 우승사냥을 시작해 우즈의 닮은꼴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키(185cm)와 몸무게(84kg)가 똑같다는 점부터 재미있다.
US주니어에서 두 차례나 우승해 사실 어려서부터 '우즈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이 대회를 2회 이상 제패한 선수는 우즈(3회)와 스피스 뿐이다. 지난해 4월 마스터스에서는 더욱이 우즈의 1997년 72홀 최저타 타이기록(18언더파)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23세 이전에 7승(메이저 2승)을 수확해 우즈의 7승(메이저 1승)보다 오히려 가성비가 높다. 스피스가 '차세대 우즈'로 각광받는 이유다.
▲ 스피스의 2015년 '18+5+14+17'= 2013년 7월 존디어클래식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사상 82년 만의 '10대 챔프'에 등극했고,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는 2002년 우즈 이후 13년 만에 '메이저 2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우즈와 크레이그 우드(1941년)와 벤 호건(1951년), 아널드 파머(1960년), 잭 니클라우스(1972년) 등 골프전설 5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록이다.
마스터스에서는 특히 18언더파를 몰아쳐 오거스타내셔널을 철저하게 유린했고, US오픈에서는 어렵기로 소문난 챔버스베이에서 차분하게 5언더파를 완성했다. 7월 디오픈 14언더파 공동 4위, 8월 PGA챔피언십 17언더파 2위다. 디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불과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해 1953년 호건 이후 62년 만의 시즌 초반 메이저 3연승이 무산됐다는 게 아쉽다.
PGA챔피언십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즌 메이저 3승이라는 또 다른 진기록에 도전했지만 제이슨 데이(호주)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데이는 최종일 5타를 더 줄여 메이저 최다 언더파(20언더파)로 기염을 토했다. 종전 기록이 바로 우즈의 2000년 디오픈(19언더파)이다. 오는 4월 마스터스에서 타이틀방어에 나서는 스피스의 2016년 메이저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지고 있다.
▲ 우즈의 2000년 '4+12+19+18'= 마스터스에서 4언더파로 5위에 그쳤지만 US오픈에서 12언더파로 2위와 무려 15타 차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메이저 역사상 2위와 가장 큰 타수 차다. 디오픈에서는 19언더파, 데이가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경신하기 직전의 메이저 최다 언더파로 당당하게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역사상 6번째다.
PGA챔피언십에서는 18언더파로 봅 메이(미국)와 동타를 만든 뒤 3개 홀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타이틀방어에 성공했다. 호건 이후 47년 만의 메이저 3연승이다. 시즌 후반 3연승이라는 게 다르다. 이듬해 4월 마스터스 우승으로 기어코 네번째 퍼즐을 맞춰 '메이저 4연승'이라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타이거슬램'이다.
골프역사상 한 시즌에 4대 메이저를 모두 쓸어 담는 '그랜드슬램'은 마스터스를 창설한 보비 존스(미국)가 유일하다. 하지만 1930년 4대 메이저는 2개의 프로대회(US오픈과 디오픈)와 2개의 아마추어대회(US아마추어와 브리티시아마추어)로 구성됐다. 현대적 의미와는 차이가 있고, 우즈의 기록이 더 가치있다는 이야기다. 우즈의 은퇴설이 나도는 시점에서 스피스가 '황위'를 물려 받는 모양새가 전개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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