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획] ‘나인(9)族’을 아십니까?…스마트폰 달콤·살벌한 늪 (1)

시계아이콘02분 1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예배보고 데이트할 때도 스마트폰 열중…보행 사고도 우려, 중독 방치 ‘뇌’ 악영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개 숙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집이나 직장은 물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도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숫자 9(나인)처럼 고개 숙인 형상의 모습이다.


궁궐에 삶이 매인 '나인(內人)'처럼 한 곳(스마트폰)에 삶의 희로애락을 의지하는 이들, 그들을 '나인(9)族'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스마트톤에 빠져 고개를 숙이다 안전사고나 각종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사회적인 병폐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충칭(重慶)시 양런(洋人)가 관광 지구에는 ‘스마트폰 보행자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아예 전용 ‘보도(步道)’를 만들었다.


중국의 독특한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벨기에 ‘앤트워프’시에도 유사한 길이 있다. ‘TEXT WALKING LANE’이라는 문구를 지면에 새긴 이 길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설계됐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워싱턴DC에서 스마트폰 보행자를 위한 전용 인도를 만들어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나인족' 탓에 보행자들의 안전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나친 배려라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7일 교육안전공단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이 보행안전에 미치는 위험성 연구’ 결과,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사고위험이 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보행 시 ‘인지 거리’는 20대 10m, 30대 8.8m, 40대 7.5m, 50대 2.5m 등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40~80%가량 인지 거리가 짧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획] ‘나인(9)族’을 아십니까?…스마트폰 달콤·살벌한 늪 (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D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두 아이의 엄마인 왕모(28)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강가를 걷다가 그대로 빠져 죽었다. 중국에서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며 사는 57번째 민족이라는 의미에서 ‘디터우(低頭)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편리한 기능을 고루 갖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삶은 편리해졌지만, 달콤·살벌한 부작용 때문에 세계 각국은 고심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한국도 현실의 고민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문제는 본인이 중독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목욕탕 다녀왔는데 탕안에서 손만 내밀고 스마트폰 게임 하는 분 봤네요.” “데이트할 때도 ‘카카오톡’하며 혼자 미친 듯이 웃어요.”


한 남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마트폰 중독’ 관련 글이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한참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데 수술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환자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와 장소를 가르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은 ‘종교생활’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한국정보화진흥원 주최 ‘스마트폰 바른 사용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단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양병회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목사)은 “예배를 드릴 때면 눈을 깔고 스마트폰을 열심히 하는 신도가 태반”이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불교와 천주교 쪽 인사들도 이 주장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만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은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혼자 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은 ‘삶의 일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대화와 소통의 창구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그곳에서 찾고 있다.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카카오톡 등으로 대화하고 각종 정보를 찾고 ‘웹툰’을 보는 것을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 등 호응이 뒤따르는지 집착한다. 정상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기피하고 가상 공간의 관계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몰입된 삶이 우려를 더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사건·사고보다 ‘정신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일은 줄어들고 독서와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식으로 남지 않는 ‘인스턴트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정보의 상당수는 자극적인 내용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뇌 과학’의 측면에서 스마트폰 문제에 접근했다. 중독을 방치하면 뇌는 피로를 느끼고 웬만한 자극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전두엽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 박사는 “디지털 생활과 아날로그 생활의 균형 회복이 중요하며,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사회문화운동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문제의 해법 모색도 마찬가지다.


‘스마트쉼센터’ 고정현 수석연구원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부모가 강제로 못하게 하는 등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 부모·자식 간 관계만 나빠진다”면서 “감정적인 개입을 경계하고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바꾸는 등 부모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