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김정은 2016신년사 비교해보니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겠다."(박근혜대통령)
"진실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마주 앉을 것"(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남북한 정상들이 2016년을 맞아 발표한 신년사를 분석해보면 양쪽이 서로 마주앉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듯 하다. 물론 박대통령은 안보태세를 강조한 가운데 원론적인 평화통일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누구와도 마주 앉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을 강조한 김정은의 적극적 태도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에 4대 국정기조를 발표하면서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천명한 바 있고, 통일대박론의 적극적인 철학을 기반으로 평화통일준비위를 가동시켰다. 이후 이산가족 상봉 등의 성과를 이뤄냈으나 통일 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답보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방북 의지를 밝힌데 이어 이번 신년사에서도 그것을 강조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박정부로서도 스스로 밝힌 국정기조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여권은 국면을 일신할 이슈에 목말라 있다. 타이밍으로 봐도, 반기문 방북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또한 남쪽의 그런 상황을 읽고 있을 것이다. 올해 32세가 되는 그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내의 권력 불안요소를 철저히 제거해 외견상 안정적인 집권5년차를 내딛고 있다. 김정은이 핵과 관련한 발언을 빼면서 통일문제와 회담에 대해 역설한 것은, 권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명일 수 있다. 그 또한 남북대화를 활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국제제재와 같은 곤경을 벗어나려는 의욕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발언을 가만히 뜯어보면, 남북대화의 전망이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 야합해 동족을 반대하는 모략에 매달리면서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는 놀음을 벌이고 있다. 외세에 민족의 운명을 내맡기고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매국매족 행위"라고 박근혜정부를 격하게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년에 발표한 신년사와 비교해보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에 김정은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의 남북문제의 키워드는 획기적인 이벤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담론 형성'이 될 가능성도 있다.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우선 이질성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금강산관광 재개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김정은의 '허심탄회' 신년사 발언과 관련해, 북측이 새로운 태도를 보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 문제가 타결이 되면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와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등 통일기반과 관련된 논의들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북측은 남북관계의 교착이 거듭되면 대남 강경노선으로 돌아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하는 방식으로 2016년을 긴장모드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다음은 남북한 정상의 2016년 신년사에 담긴 '남북대화 관련 발언'이다.
박근혜대통령 신년사
"튼튼한 안보는 국가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빈틈없는 안보태세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김정은 신년사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부질없는 체제대결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총의가 집대성되어있고 실천을 통해 그 정당성이 확증된 조국통일3대원칙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남조선당국은 지난해 북남고위급긴급접촉의 합의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역행하거나 대화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며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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