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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가격 미스터리' 억울한 1만5000원 치킨의 辯(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1초

-산지 닭값 떨어졌다지만
-"재료값 외에 배달ㆍ임대ㆍ인건비…다 빼면 남는 것 없어"
-'살아있는 닭'과 '거실까지 배달되는 치킨' 가격 差 비난은 무리 아닌가"

'치킨 가격 미스터리' 억울한 1만5000원 치킨의 辯(종합) 자료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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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매장 운영비는 생각 안하나요? 인건비랑 임대료는요? 단순히 생닭 가격만으로 치킨값이 비싸다고 매도해 씁쓸합니다."

30일 대방동에 있는 A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1만5000원에 치킨을 팔아도 우리 부부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림에서 갖고 오는 생닭 가격과 배달비만 해도 제품 가격의 절반 가까이 된다"면서 "무조건 산지 닭 가격과 비교해 치킨값이 비싸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치킨업계가 '닭값'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산지 닭 가격은 1Kg에 1000원대로 떨어진 데에 반해 치킨값은 요지부동이라며 뭇매를 맞고 있는 것.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산지 닭 가격은 1Kg에 1200~1400원대로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지 닭 가격만 부각되다보니, 치킨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다.

그러나 치킨업계도 할 말은 있다. 단순히 생닭 가격만 따져서 치킨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듯이 비춰지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치킨 가격 미스터리' 억울한 1만5000원 치킨의 辯(종합)

아시아경제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곳을 취재해 종합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업체들이 구입하는 1Kg 닭 한 마리 가격은 평균 4000원대 후반~5000원대 수준이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원가는 영업기밀로 정확히 공개할 순 없지만 프랜차이즈에서는 대부분 10호 닭을 쓴다"며 "가격은 4000원대 후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00g당 1호로 닭 중량을 매기는데 10호는 951~1051g 사이에 있는 닭을 말한다. 삼계탕 집에서 먹는 닭은 6호, 닭볶음탕용은 13호 등이다.


가맹점주들은 이 생닭을 받아 파우더를 입히고 기름에 튀겨내 양념을 바른다. 이렇게 들어가는 조리비용이 1500원이다. 포장상자 값도 만만치 않다. 단순한 박스 형태는 300원대이지만 손잡이가 달린 도시락 형태, 피자박스 형태 등 고급형 포장상자는 500원부터 최대 800원에 달한다. 종이가 얇으면 갓 튀겨 나온 수분을 흡수해 눅눅해지기 때문에 포장상자도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무는 200~400원대이며 캔콜라는 400원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배달. 주문이 뜸할 때에는 가맹점주가 직접 배달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주말이나 연말연시처럼 주문이 몰릴 때에는 대행업체를 이용한다. 1Km 내에 속하는 곳은 건당 3000원, 이보다 멀면 거리에 따라 비용이 추가된다. 대부분 가까운 거리만 배달을 하지만 '고객확보' 차원에서 먼 곳까지 배달을 가는 경우도 있다. 방화동에서 영업하는 한 가맹점주는 김포까지 치킨을 배달한 적이 있다. 배송비만 5000원이 나왔다. 이를 종합하면 치킨집에서 닭 한 마리를 튀겨내는 데에 드는 비용은 임대료, 인건비를 제외하고서도 1만1100원이 든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치킨 한 마리 팔아서 가져가는 돈은 3000원 내외"라고 귀띔했다. 여기에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순수입은 훨씬 적어진다.


B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한모씨는 "하루에 치킨 30마리씩은 팔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23㎡(7평) 남짓한 한씨의 매장 월 임대료는 100만원. 이를 30일로 나 누면 하루 임대료는 3만원이다. 치킨 10마리를 팔아서 임대료로 내고, 나머지 20마리에 해당하는 순수입이 한씨의 인건비인 셈이다. 이를 역산하면 6만원씩 30일, 180만원이 한씨가 가져가는 순수입이다. 한씨는 "이미 이 골목에만 치킨집이 네댓 개 있어서 주문이 늘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임대료가 오르지 않기만 바랄뿐"이라고 한숨지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수요가 많을 때에는 산지 닭 가격이 1Kg당 3000원까지 올라간다"며 "비수기에는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1000원대로 떨어지는 건데 산지 가격이 올랐을 때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떨어질 때에만 업계를 매도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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