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내년부터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가 시행되면서 개인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고사상태인 파생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선물ㆍ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세율은 시행 초기 10%에서 점진적으로 기본세율인 20%로 올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파생상품 중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피200 옵션, 국외 파생상품의 경우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장내 파생상품은 내년 1월1일 거래분부터 과세가 적용된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처럼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세금을 물리는 게 아니라 거래를 통한 수익이 났을 경우에만 과세한다.
정부는 애초 세수 효과를 위해 거래세를 추진했지만 해외시장 상황에 비춰 양도세법 부과로 방향을 틀었다.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세를 매기는 국가는 전무하다는 반박 때문이었다.
다만 양도세율은 원안보다 대폭 낮아졌다. 보통 양도세율은 20%인데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10%로 하는 게 원안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위축된 국내 파생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10%에서 5%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시행시기도 올해에서 내년으로 1년 유예된 것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파생상품 양도세 유예 법안'을 발의하고 "2년 더 유예기간을 두고 2018년부터 시행하자"고 밀어붙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예기간 연장을 놓고 야당 의원은 물론 한솥밥을 먹는 새누리당 의원조차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양도소득세 부과가 사실상 개인투자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이미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고 비거주자 외국인의 경우 '국제 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세조약의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의 외국인투자가는 국내법보다 거주지법을 따르게 돼 있어 면제 혹은 당국 세금 정책에 따라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양도소득세 부담은 개인투자자들로만 한정되며 이에 따라 투기적 성향을 지닌 개인의 유동성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스피200 선물 투자자별 비중을 살펴보면 2004년 22.3%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비중이 2015년 56.4%로 두 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비중은 48.6%에서 27.2%로 쪼그라들었고 기관은 27.9%에서 15.5%로 마찬가지로 줄었다. 개인투자자 이탈이 일일거래량 축소로 번질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생상품 일평균거래량은 2013년 332만2528계약, 2014년 276만6576계약, 2015년 1~11월 329만2410건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우려의 목소리와 달리 실제 개인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2년 전에 공론화된 이슈라 시장에 선 반영돼 있는데다가 세율도 10%에서 5%로 다운됐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이탈이 급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규제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비중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규모나 거래량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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