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강화 포석…물가 폭등 부작용 우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르헨티나가 새 대통령을 맞은지 6일만에 외환시장 통제 정책 대부분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멕시코 경제를 살리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새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조치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알폰소 프라트 가이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외환통제 조치 대부분을 풀어 페소화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밝힌 공식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9.8페소였다. 하지만 이날 암시장에서는 페소화가 달러당 14.02페소에 거래를 마쳤다. 공식 환율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 간에 큰 격차가 있는 셈이다. 전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면서 공식 페소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려 했지만 마크리 정부는 이 정책을 폐기키로 한 것이다.
사실상 페소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아르헨티나 곡물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면 교역조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곡물을 비축해줬던 농부들이 대량으로 수출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르헨티나 국세청은 농부들이 비축해둔 콩, 옥수수, 밀 등의 작물량이 최대 114억달러어치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농업인 대표들을 초대해 쇠고기와 밀, 옥수수 등에 15∼20% 가량 부과돼온 '징벌적' 성격의 수출관세를 제거한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콩에 대한 수출 관세율은 35%에서 30%로 낮춘다고 덧붙였다.
당장 수출 부양 효과는 크겠지만 이번 외환통제 조치가 낳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 당장 17일 페소화 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트 가이 장관의 발표는 16일 금융시장이 종료된 후 오후 늦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날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프라트 가이 장관은 페소화 가치가 최대 3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페소화 급락은 아르헨티나의 물가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바클레이스는 페소화가 달러당 15페소까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현재 24%인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에 4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프라트 가이 재무장관은 자국 페소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해 향후 한달간 약 150~25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242억달러에 불과하다. 페소화 급락시에는 남은 외환보유고를 모두 쏟아부을 각오도 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프라트 가이 장관은 "중앙은행이 중국과 통화스왑을 통해 확보한 110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자금 중 일부를 달러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마크리 정부의 선택이 상당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취약하고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위험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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