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연말 직장가]실적부진·구조조정에…송년회 'ㅅ'자도 못 꺼낸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7초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예전 같으면 연말 분위기에 들떠 일도 손에 안 잡혔는데 지금은 송년회에 'ㅅ'자도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안돼요. 직장 동료가 하나둘 떠나고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마당에 누가 그런 마음이 생기겠어요."(A조선업체 직원)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재계 전반에 떠들썩한 연말이 사라졌다.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들이 늘면서 사내 대규모 송년회는 대부분 사라지는 분위기다. 부서별 소규모 모임도 봉사활동으로 대체하거나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등 간소화되고 있다.

[연말 직장가]실적부진·구조조정에…송년회 'ㅅ'자도 못 꺼낸다
AD


올해 어닝쇼크 직격탄을 맞은 조선·플랜트업계는 특히 더 우울하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중공업은 연말 모임을 포함한 불필요한 사내외 행사와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흑자 달성 전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B조선사는 매해 진행하던 임원 연말 송년회, 퇴직자 대상 송년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부서별 모임도 최대한 간소화하자는 분위기다.

인력 구조조정이 예정된 C조선업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다들 본인 자리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 누가 먼저 말을 꺼내겠냐"며 "지금은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못 된다"고 말했다. 플랜트업계 관계자 역시 "다들 쉬쉬하고는 있지만 사내 분위기가 정말 좋지 못하다"며 "묵묵히 자기 일만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인사 원칙이 '성과주의'로 굳어진 것도 송년회 자제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음주로 인한 사고나 괜한 잡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아예 피하자는 것. 한 대기업 직원은 "이럴 때 구설수에 오르면 가차 없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는 있다는 인식이 회사 전반에 깔려있다"며 "몸을 사리는 임원들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이는 불황이 빚어낸 하나의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산업 전반의 실적이 저조하고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이유도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연차 소진을 독려하며 연말 모임을 자연스레 없애고 있다. 연말 모임이 '술자리'로 점철되기 보단 영화 관람이나 봉사활동으로 연말 모임의 취지를 살리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술을 마시더라도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추세다.


한 대기업 직원은 "소규모 회식 자리는 있겠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예전 같으면 성과급에 대한 기대와 송년회로 회사 분위기가 들떴겠지만 다들 힘든 상황에 지금은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