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도체제 '대혼란기'에 빠져들었다.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이 거부되고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당대회'가 새 정점이 되며 촉발된 당 내홍 때문이다. 지도체제 공방은 김상곤 혁신안과 안 전 대표의 혁신안 대결양상으로 비화되며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 대표는 1일 오전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를 직접 찾아 당내 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더좋은미래는 문안박 연대에 대한 지지 성명을 냈었다. 이같은 문 대표의 의원 모임의 이례적인 방문은 현 상황에 대한 고심이 엿보이는 행보다.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연대 거부·혁신전대 제안 이후 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민집모(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시간끌기가 문재인 대표의 수습책인가"라며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들은 "(문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을 나누는 것이 법률상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적 단점을 안고 있는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제안함으로써 당의 위기를 오히려 가속화시켜왔다"고 비난했다.
민집모는 이어 "문 대표는 시간만 끌면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당의 위기를 수습할 방안을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표가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결단을 신속히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이같은 당 내분 상황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혁신을 둘러싼 이견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표의 김상곤 혁신안과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이 재차 맞부딪히고 있는 까닭이다.
문 대표는 전날 최고위에서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당 혁신의 출발은 혁신위원회 혁신안의 실천이다. 거기서 더 혁신해 인적쇄신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통한 인적쇄신이라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란 관측을 낳았다.
이에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병호 의원과 송호창 의원은 잇따라 라디오에 나와 김상곤 혁신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문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혁신안이라는 게 금과옥조도 아니고 그것을 고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상곤 혁신안에 목맬 게 없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김상곤 교육감의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 몇 개월 동안 수차례 혁신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우리 국민들이 우리 당에 대해서 불신이나 기대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지가 더 떨어지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혁신안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와 혁신전대를 놓고 핑퐁게임을 거듭하고 있다. 거절과 제안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먼저 문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고, 안 전 대표는 이를 거부하며 혁신전대를 제안했다. 이어 문 대표는 혁신전대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다. 안 전 대표 혁신전대만이 마지막 방법이라며 문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문 대표는 수일 내에 안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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