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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문학담론이 옮겨가는 이때 루카치·들뢰즈·랑시에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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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

[BOOK] 문학담론이 옮겨가는 이때 루카치·들뢰즈·랑시에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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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지난 몇년간 한국문단에서는 '근대문학 종언론'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주장에 기댄 이 담론은 문학이 윤리적으로나 지적으로 특별한 의미와 영향력을 갖고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근대문학의 한 축인 근대 장편소설의 역량 역시 소진되었음을 함축했다.

종언론이 한풀 꺾이자 이번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담론장의 무게 중심이 '문학과 정치' 논의로 옮겨가고 있다. 시가 더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이 논의 역시 소설이 어떤 일을 해왔고 또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과 관련된 것이다.


신간 '다시 소설을 읽는다'의 엮은이 황정아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는 '근대문학 종언론'에서 '문학과 정치'로 넘어가는 속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이 책의 글들이 무엇보다 개입하고 싶은 지점은 하나의 논쟁이 다른 논쟁으로 옮아갈 때 발생하는 단절과 망각이다. 근대문학의 종언을 둘러싼 담론이 근대문학 고유의 정치적 역량에 관한 논의로 넘어갈 때 일어나야 마땅한 부딪힘과 교정이 부재하다"고 썼다.

단절과 망각은 토론이 긴장과 동력을 지속하면서 다른 차원으로 넓어지고 깊어지는 일을 방해한다. 황 교수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논쟁이 외국 이론들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단절과 망각을 거부하고 개별 담론이 역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국 이론을 들여오고 참조하는 적절한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는 바로 그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한 흔적들을 담는다. 이 책은 '창작과비평'에 연속기획(2013~2014년)으로 게재된 원고를 수정, 보완하고 새로 집필한 원고를 더해 묶은 것이다. 해외 소설담론의 주역들을 꼼꼼하게 다시 읽으며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한편, 한국문학의 담론장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있다.


김경식은 '루카치 장편소설론의 역사성과 현재성'에서 "그는 이제 폐기되어 마땅한 결산이 끝난 인물인가?" 물으며 루카치의 장편소설론에 대한 관심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며 고찰을 시작한다.


윤정임은 '사르트르의 소설론'에서 그의 작품을 따라가며 소설과 전기 사이에서 갈등하다 소설을 포기하고 '진짜 소설'로서의 전기에 몰두하는 사르트르의 사유를 좇는다.


이밖에도 바흐진, 로트만, 들뢰즈, 랑시에르, 리비스, 마이클 벨 등이 말하는 '소설'이 무엇인지 읽어내려가는 글들이 이어진다.


황 교수는 "소설에 관한 중요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그러면서 동시에 미학의 핵심쟁점들을 짚어보려 할 때, 그에 그치지 않고 한국문학 비평에서 제기된 주요 논의들의 좌표를 그려보고자 할 때 이 책이 참조문헌으로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황정아 엮음/창비/1만5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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