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건강수명 예측하는 운동력 측정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예쁜꼬마선충에서 노화와 건강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노화에 따른 운동성 저하를 측정해 남은 건강수명을 예측하는 유용한 지표를 개발했다. 1㎜ 작은 벌레에서 힌트를 얻었다.
국내 연구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공동으로 예쁜꼬마선충의 노화에 따른 운동성 저하를 측정해 남은 건강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순간최고운동속도 감소를 이용해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쇠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남은 수명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한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은 몸길이 1㎜ 정도의 선충류이다. 세포 수가 약 1000개로 적고 생애주기가 짧아 실험에 자주 사용된다. 사람과 유전 정보적 특성이 유사해 노화, 발생, 신경질환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순간최고운동속도(Maximum Velocity, MV)는 특정주기에 있는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을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CCD(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카메라) 카메라를 이용해 매 24시간마다 30초간 초당 30 프레임의 속도로 촬영, 가장 빠른 속도를 추출한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선충의 순간최고운동속도가 성체가 된 후 6일째부터 예외 없이 느려지는 것을 관찰했다.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선충의 순간최고운동속도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정 수치를 유지하다가 한 번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탄성을 잃어버린 용수철처럼 운동능력이 감소했다.
특히 9일째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남은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째 순간최고운동속도가 빠른 그룹(초당 0.22 밀리미터 이상 이동)과 그보다 느린 그룹의 평균 수명이 각각 약 23일과 17일 가량으로 35% 가량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반 선충 보다 장수하는 돌연변이(인슐린 수용체, DAF-2 제거)가 노화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순간최고운동속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닌 건강수명(healthspan,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식물노화·수명연구단(단장 남홍길)이 수행했다. 남홍길 단장(DGIST 뉴 바이올로지 전공 펠로 교수)은 "건강한 수명 연장을 가능케 하는 인슐린 신호전달 체계는 예쁜꼬마선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 있어 앞으로 사람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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