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16일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정부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로 전 세계가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열린 '2차 재외국민 보호 및 종합상황 점검회의'이기 때문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사건을 '상당 기간 계획되고 준비된 동시다발 테러'로 규정하고 프랑스 이외의 유럽 주요국에서도 재외국민 안전보호 조치를 보강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새로운 방식과 규모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 사태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피해가 없어 정부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테러 참사에 '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버겁다.
특히 이번 테러가 정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극장과 레스토랑 등 민간인들이 밀집한 지역을 노린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이라는 점에서 그 악랄함이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나 우리 국민도 테러의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재외국민은 더욱 그렇다. 실제 지난 4월 리비아 한국대사관은 이번 파리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기 난사 공격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말에는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과격세력인 아부 사야프에 의해 피랍된 70대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9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또 IS는 지난 9월 이슬람국가 건설의 대항세력인 이른바 '십자군 동맹'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등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포함시켰다.
테러 조직이 노리는 것은 혼란과 공포 그 자체다. 혼란과 공포는 대비하지 않으면 더 커진다. 날로 조직화, 대형화, 광역화하는 테러에 대해 국제 공조와 함께 국내적으로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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