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주말 같은 시위인데, 왜 보고 싶은 쪽만 말할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1초

정부 "시위대만 나빴다" 공권력 훼손 부각…주최 측 "경찰만 잘못했다" 물대포 위험 부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제훈 기자] 차갑던 정국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를 계기로 더욱 냉각됐다. 사법당국은 '불법, 폭력' 집회였다며 가담자에 대한 엄벌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공권력이 물대포를 얼굴에 직접 조준하는 등 무차별적 인권 탄압 현장이었다며 맞서고 있다. 집회를 열기도 전부터 사법당국은 대국민 담화를 열어 '불법 엄단'을 선언했고 시민단체는 강압에 굴하지 않겠다며 굳은 의지를 다진 터였다.

경찰과 검찰 등 공권력을 쥔 정부와 민주노총 등의 단체를 배경으로 한 재야 시민단체는 가깝게는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집회 때처럼, 멀게는 1980년대처럼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더욱이 10만명에 달하는 참여 열기를 배경으로 주최 측은 12월5일 재차 총궐기 행사를 통해 정부를 규탄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터여서 국민적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주말 같은 시위인데, 왜 보고 싶은 쪽만 말할까
AD


◆정부 측, 폭력시위만 부각=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는 쇠파이프와 경찰버스 파괴 등의 폭력행위가 재발했다. 정부는 이같은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 주동자 엄벌 방침을 세웠다. 정부·여당은 합법적인 집회는 보장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지켜지지 않은 것은 집회 주최 측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쇠파이프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버스를 부수기도 했다. 또 밧줄을 이용해 경찰 버스를 탈취, 전복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 이상의 경찰이 다쳤고, 50여대의 경찰 차량이 파손됐다.


특히 정부는 집회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주장이 나오고, '이석기 석방' 구호가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이번 집회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통진당 출신 인사들이 '공동집행위원장' 등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불법 시위를 주도하거나 배후 조정한 사람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정부는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영장을 이른 시일 내에 집행하고, 경찰 버스 파손 등 국가가 입은 손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불법필벌 원칙에 따라 빠짐없이, 신속하고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적법한 집회·시위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에서 과격 폭력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남성 44명, 여성 7명 등 51명을 연행하고, 남자 고등학생을 제외한 49명을 입건했다.


◆집회 주최 측, '과잉진압'만 강조=민중총궐기는 억눌려온 시민단체의 의견을 법에 따라 신고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행사였다는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경찰 등 공권력은 미리 불법폭력 시위로 규정짓고 엄정대처를 천명했으며 위헌으로 결정이 난 경찰 차벽을 다시 세우고 , 무차별적 물대포 난사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중총궐기 인권침해감시단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4일 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이유로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행진(남대문~보신각), 한국청년연대의 집회(광화문 KT앞)를 모두 금지했다. 더군다나 이날 본격적인 집회가 열리기 전인 14일 오후 3시께부터 이미 광화문 세종로와 종로 방면에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의 차벽 설치와 관련해 헌법재판소(2011)는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한 조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법원(2015)은 시민통행이 가능한 통로가 있다면 차벽설치가 직접적으로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주최 측은 경찰의 과잉 진압도 집회 과격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감시단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의 직사(直射)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진 전남 보성농민회 소속 백모(69)씨를 비롯해 모두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감시단은 "경찰은 이번에 2006년 경북 포항에서 포항지역건설노조 하중근 열사가 (경찰 폭력으로) 사망한 이래 가장 극심한 폭력을 사용했다"며 "특히 인체에 매우 해로운 파바(PAVA·합성 캡사이신)가 섞인 최루액 살수로 광범위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