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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출신들 잇단 로펌行…배경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로펌에 가보니 데리고 일했던 직원이나 동료가 한둘이 아니더라고. 가기 전까지는 말로만 들었지 분위기를 잘 몰랐거든.”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 세무사 A씨가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A씨는 얼마 전 중견 법무법인(로펌) 조세부문에 팀장급으로 영입됐다.

비슷한 몸집의 로펌 서너 곳이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왔다고 한다. 공직자 취업제한 기간(3년) 만료시점이 가까워오던 때였다. 그 중 괜찮은 곳을 골라 출근하기로 했다.


A씨처럼 국세청에 몸담았다가 로펌에 새 둥지를 트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로펌들이 국세청 출신 조세부문 인력을 확충하는 데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A씨는 “현직에서 한창 일할 땐 옷 벗고 로펌으로 가는 게 지금보다 훨씬 더 드문 일이었다”는 말로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6~8월께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은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최고위급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전 차장과 김 전 청장은 김앤장으로 갔고 조 전 청장은 법무법인 바른에 들어갔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족히 수십 명의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중견 또는 대형 로펌 조세부문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최고위 간부급에서 실무급까지 전 직급을 망라한다.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로펌으로 몰려가는 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뒷말이 무성했던 실례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LG전자와 LG화학, 효성, 한국전력공사 등 대·중견기업 열 곳이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세청이 2012년 '해외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이라는 새 과세체계를 만들어 기업들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자 해당 기업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국세청의 과세 모형을 '위법'으로 본 것이다. 소송가액을 모두 합치면 4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이들 기업의 소송 대리는 법무법인 율촌·광장·세종 등이 나눠 맡았다. 율촌에는 정경석 전 국세청 심사1담당관,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출신 박태용 세무사 등이, 광장에는 강정무 전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장, 이진곤 전 국세청 심사1과 서기관 등이 포진해있다. 세종에는 국세청과 옛 재무부 등을 두루 거친 노형철 세무사 등이 있다.


이들 중 더러는 소송의 쟁점이었던 국세청 과세모형 계발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로펌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세부문 인력이 소송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말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 출신 조세 전문가들이 로펌들에 대거 포진하면서 세무 당국의 논리나 입장이 일정부분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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