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투어 수준 전락 코리언투어 '흑역사', 한국오픈 우승하면 무조건 상금왕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이경훈(24)이 '상금왕'에 등극했다.
8일 충남 태안 현대더링스골프장에서 끝난 투어챔피언십까지 2015시즌 12개 대회를 모두 마무리한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다. 일본 무대에 주력하느라 딱 3경기에 등판했지만 상금랭킹 1위(3억1560만원)에 올랐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야말로 미니투어 수준으로 전락한 KGT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지난 9월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 우승상금 3억원이 동력이 됐다.
이경훈이 바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입성해 2012년 나가시마시게오인비테이셔널을 제패했지만 이후 우승이 없어 속을 태우다가 한국오픈에서 KGT 첫 우승을 신고하는 동시에 상금왕까지 접수하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성공했다. 10월 혼마투어월드컵에서 JGTO 통산 2승째를 수확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2년 김비오(25ㆍSK텔레콤), 2013년 강성훈(28ㆍ신한금융그룹), 지난해 김승혁(29) 등 한국오픈 챔프가 곧바로 상금왕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투어 총상금 규모가 84억원에 불과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오픈은 특히 통상 총상금의 20%인 우승상금을 25%까지 늘려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어 이같은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비오가 3개, 강성훈이 4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왕 계보를 이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2개가 더 줄어 투어 자체가 고사 위기라는 점이다. 29개 대회에 총상금 184억원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58번째 KPGA선수권은 아예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메이저의 체면마저 구겼을 정도다.
간판스타들이 속속 해외로 진출하는 '엑소더스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태훈(30)은 "JGTO Q스쿨을 위해 오는 1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며 "내년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싶다"고 했다. '파이'가 작다보니 어쩔 수 없다. 국내 무대의 스타 부재 현상이 더욱 악화되는 이유다.
신한동해오픈에서 그나마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게 위안이다. 안병훈(24)과 노승열(24ㆍ나이키골프)등 월드스타의 등장과 함께 1만명이 넘는 구름갤러리가 몰려 남자 무대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월드스타를 초청해 흥행에 성공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투어 규모를 키우는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은 여전히 스폰서 유치다. KGT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