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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CB 발행…기업·錢主만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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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CB 발행건수 전년比 75% 증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는 누적 적자와 부채 증가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반짝 흑자전환한 것을 제외하고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적자행진을 하면서 누적결손금이 169억원이나 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175억원으로 늘었고, 비율은 186%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24.96배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환사채(CB)를 활용했다. 오는 23일 100억원 어치로 발행되는 CB는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4%, 전환가액은 5110원이었다. 발행 1년 뒤 부터 전환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CB는 기관투자자 1곳이 받아간다.


올 들어 자금줄이 막힌 상장사들의 CB 발행이 늘고 있다. 발행회사는 저금리로 급전을 조달할 수 있고, 전주(錢主)들은 채권 수익과 주가 수익이라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주주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CB 발행건수는 262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150건 대비 75% 이상 증가했다. 발행 권면총액도 지난해 1조6160억원에서 올해 2조1871억원으로 늘었다.


CB는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CB는 채권과 주식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의 이자수익과 함께 싼 값에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챙길 수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전환권 때문에 일반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만기에 상환할 금액이 없어지므로 부채가 감소하는 꿩먹고 알먹기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문제는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CB 전환가액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데 있다. 전환가액이 조정되면 신주 발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데, 발행주식수 증가는 주주가치 희석이나 오버행(대량 대기물량) 이슈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간 순이익이 78억원, 발행주식수가 4898만3352주인 엔케이의 주당순이익(EPS)는 159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발행한 2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서 전환권이 모두 행사된다고 가정하면, 발행주식수가 5257만7102주로 늘면서 EPS가 148원으로 감소한다. 개미들의 투자가치도 159원에서 148원으로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오버행 이슈도 개미들에게는 반갑지 않다. 시장에 대량 물량폭탄이 쏟아지게 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인데, CB 인수인이 대주주가 아닌 기관투자자인 경우가 많아 오버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CB 발행이 인수인과 발행기업에게는 윈윈이지만 신주가 발행돼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가 안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행가능한 주식수와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기업이 만기 혹은 만기 전 사채 원금을 상환할 여유 자금이 충분한지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이 좋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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