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10대 그룹 대다수 승진 규모 줄인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LG그룹이 전 계열사에 걸쳐 올해 임원 승진 규모를 최소화 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10대 그룹 대다수도 올해 임원 승진 규모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한 계열사 실적도 문제지만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진 내년이 더 걱정인 만큼 몸집을 줄여 미증유의 위기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21일 "최고위경영진에서 올해 임원 승진 규모를 최소화 하라는 방침이 있었다"면서 "꼭 승진 시켜야 될 사람만 승진 명단을 올리라고 지시한 만큼 올해 LG 계열사들의 임원 승진 폭은 역대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여건이 불투명하고 실적도 좋지 않은데 몸집은 비대해진 만큼 시장선도 성과가 커 꼭 승진시켜야 될 사람이 아닐 경우 올해는 승진에서 제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LG그룹 전체의 임원 인사 규모는 사장 3명, 부사장 13명, 전무 30명, 상무 신규선임 84명으로 약 130명이었다. 경영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지난 2013년 126명 대비 오히려 4명이 늘었다.
올해의 경우 최고위경영진이 승진 규모 최소화를 주문한 만큼 임원 인사 규모가 100여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0대 그룹 중 한화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온 인원감축을 이어가는 한편, 임원 승진 규모는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새 임원승진자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한 이후 2013~2015년 각각 485명, 475명, 353명 등으로 규모를 축소해 왔다.
'수시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 온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세대교체라는 큰 틀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부회장급들이 대거 퇴진하며 예년과 다른 판도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진행한 현대차그룹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며 "올 연말 정기 인사 역시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 빠른 대응이 가능한 인물로 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라 조직쇄신을 위한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원 승진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올 연말인사에서 '승진 잔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해에도 SK그룹은 임원 승진을 17% 줄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기조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그룹이 이례적으로 승진 폭과 대상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으로부터의 화학계열사 인수가 마무리되고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 등으로 인사수요가 많아진데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만큼 미뤄왔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이 불투명함에 따라 각 그룹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 정기 인사도 이같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각 그룹들이 구조조정, 임원인사 최소화 등으로 올 인사 방향의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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