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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의 즐거움]가치를 습격하다,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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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의 즐거움]가치를 습격하다,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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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에서 인간의 뇌리에 서로 단단히 붙어있었던 이름(名)과 본질(道)을 떼어 생각하게 한 노자는 역사를 본질의 시대와 이름의 시대로 나눈 뒤, 이름의 시대가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해 일깨웠다. 우리가 문화나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름의 시대와 같은 것이다. 만물은 이름으로 인식되고 유통되며 이름은 바로 본질과 동일시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기에 본질이 오히려 가려지고 등한시되는 결과를 낳았다. 노자는 이름의 시대에서 본질을 찾는 방법은 이름에 구애받지 않고 본질에 주목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름이 없던 시대에 옛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의 기틀에 일대 충격을 준 노자는 바로 개념이 이룬 가치체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제2장이다.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이 감각적으로 확인하기 쉬운 미(美)의 문제다. 아름다운 것은 진짜 아름다운 것인가.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것인가. 노자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한다. 추하다는 개념이 없다면 아름다움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들로만 되어 있다면, 그것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아름다움에 인간이 압도당한 상황을 말한 것이지 추함이라는 상대적인 가치를 전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내 젊은 날의 질풍노도를 만들어낸 기폭제였다.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과 빛나는 피부, 눈부신 신체의 굴곡들이 자아낸 아우라는 이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석할 틈도 없이 한 영혼에 들이닥쳤다. 그녀의 형언할 수 없는 표정과 우수의 눈빛들, 나를 향해 지어준 한 가닥의 엷은 웃음이 일으킨 빅뱅은, 아름다움의 절대성을 신봉하게 만들었다. 노자를 저 피 끓는 시절에 만나, 이 구절을 읽었다 하더라도 나는 꿈을 깨지 않았을 것이다. 저 말은 그저, 늙은 사람의 질투 어린 딴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육체의 아름다움은 잠정적이고 한시적이며 지속하기 불안한 어떤 상태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그 절대적인 미의 여신들이 가차 없이 늙어가는 것을 보며 깨닫기 시작한다. 늙어가는 자신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미는 그런 주인을 배신하고 하나씩 패를 뒤집어 추(醜)를 보여준다. 어찌 사랑의 상대만 그렇게 변했겠는가. 나 또한 팽팽하고 매력적인 육체를 내주고 낡은 헌 옷으로 갈아입고 열정 없는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하늘 아래 모두가 미(美)를 미(美)라고 알고 있지만, 이에는 이미 추악이 있습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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