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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자녀도 '법대로'·고령화시대 '상속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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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담부증여등 법적 장치에다 효도경쟁 시키기
-자녀 상속분 더 달라 유류분 소송에 황혼재혼 상대자 소송까지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면서 부모와 자식이 상속을 놓고 '계약 관계'를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는 노후자금을 자녀에게 주는 것을 꺼리고, 자녀는 권리 행사를 위해 소송도 불사하는 실정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A(80)씨는 요즘 사별한 남편에게 받았던 30억원대 상가건물을 미리 상속해달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자녀들이 상속만 받고 부모를 내팽개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상가를 장남 명의로 해주되 임대료는 자기가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받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했다.

유언이 상속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을 이용해 '효도경쟁'을 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을 잃고 5남매를 부양한 B씨는 자녀를 모아 놓은 뒤 재산 30억원에 대한 처리방침을 밝혔다. "효도를 잘하는 사람에게 재산을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B씨는 자녀들의 태도에 따라 유언을 몇 차례 고치기도 했다.


효를 둘러싼 사회인식 변화에 부모들이 '법적인 울타리'를 치고 있는 셈이다. 상속전문변호사인 경태현 변호사는 "어머니 봉양을 잘하겠다며 장남이 수십억 자산을 물려 달라 해놓고, 물려받자 어머니를 폭행하고 차남에게 차로 내려놓고 가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며 "요즘은 재산 없는 노인은 천대받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자식 말만 믿고 재산을 덜컥 맡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자녀들도 상속 지분 확보를 위해 법적인 권리 찾기에 나선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속 재산을 받는데 불리할 것이란 점을 고려해 자식들이 혼인무효 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다.


C씨(사망당시 68세)의 딸 D씨는 아버지가 숨지자 11년 동안 사실혼으로 지냈던 E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E씨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 혼인이 무효라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이혼(사실혼 파기)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지만, 상대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부모의 재혼 배우자를 상대로 자식이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다.


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도의 상속 지분인 '유류분(遺留分)'을 달라는 소송도 2005년도에 158건에서 2014년도에는 811건으로 10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했다. 경 변호사는 "이미 증여한 재산을 환수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구두로 약속을 하고 증여를 하기보다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는 편이 서로의 신뢰를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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