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혼란 바라보는 연준의 깊은 고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경제가 '나홀로' 회복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지 않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에는 흔들리는 세계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금리동결 결정이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만으로 성장을 부추길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은 8조달러(약 934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저성장'이다. 2007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한 자산 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선진국 기준금리는 평균 4%포인트, 신흥국의 경우 2%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공격적인 완화정책에도 각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2014년 세계 경제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3.6%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8%였으나 최근 3.3%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일본·유럽은 물론 중국·브라질·인도 같은 신흥국도 2011~2014년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저널은 단순한 수요둔화 말고도 인구 고령화 및 생산성 둔화에 따른 공급능력 부족이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선진국의 잠재 성장률이 향후 수년간 1.6%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의 2.2%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나마 이는 현 수준보다 소폭 오른 것이다. 주요 신흥국의 잠재 성장률 역시 2%포인트 떨어진 5.2%로 예상됐다.
인도 중앙은행(RBI)의 라구람 라잔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이 관여하는 재정투입은 성장 촉진용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지 성장엔진 자체가 될 수는 없다"면서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폐해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를 고려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회복 외에 부채 감축, 재정적자 축소 같은 체질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 양적완화의 부작용 여파가 커지고 미 경제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돈줄 죄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저널은 Fed가 그동안 강조해온대로 금리를 매우 천천히 올려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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