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세 1억 올려달라 해도 월세 아니면 고마워"

시계아이콘01분 3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전세가율 80% 시대, 그마저도 없어서 못 구하는 '미친 전세'의 나라


"전세 1억 올려달라 해도 월세 아니면 고마워"
AD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어휴, 나도 젊어서 애들 데리고 이사 다녀봐서 그 마음 알지. 뭐 매달 월세 들어왔나 확인하는 것도 번거롭고 해서 그냥 시세대로만 받겠다는 거야."


지난 5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P공인중개업소. 주부 K씨가 집주인과 만나 전세 재계약서를 작성 중이었다. 지은 지 14년 된 '공덕래미안2차'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금은 2년 전 이사올 때보다 정확히 1억원 올랐다. 4억5000만원이다. 집주인은 기존 전세금을 그대로 둔 채 월세로 50만원을 받고 싶어했다. 통사정을 해서 겨우 전세를 유지했다. K씨는 "강남도 아닌데 2년 만에 집값이 1억원, 전셋값도 똑같이 1억원이 올랐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에서는 오히려 좋은 주인 만나 전세금 올려주고 계속 살 수 있으니 다행이라며 부러워한다"는 말로 최악의 전세난 풍경을 전했다.

결혼 2년차 맞벌이 L씨 부부는 만기를 두 달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부월세(반전세)로 계약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월세를 내다보면 돈 모으기는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려 했으나 가시밭길이었다. L씨는 "워낙 전세가 귀하니 집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계약금부터 걸라는 것까지도 이해했는데, 융자가 40% 가까이 되는 집을 소개하는 중개업소가 있는가 하면,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에 전세금을 2000만원이나 올리는 집주인의 갑질에 집없는 설움을 제대로 겪었다"고 했다. 결국 L씨가 계약한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59㎡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1억원이 오른 4억1000만원이었다.


전세난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미친 전세값'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듯한 형국이다. "적정 전세가격이란 없다. 주인이 부르는 게 전셋값"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근 전세난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주택 재고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품귀라기보다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세입자들은 전세를 고집하면서 매맷값에 근접한 전세가 속출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1%대의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은 전세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극히 쪼그라들었다. 반면 세입자들은 월 50만~70만원 이상인 보증부월세보다도 차라리 전세담보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올려주는 편을 선호한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6월 이후 6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 조사로는 올 들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6.46% 상승했고,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70.9%로 치솟았다.


특히 성북구의 경우 지난달 전세가율이 80%를 넘었고 일부 단지에서는 매매가를 넘어선 전세계약 사례가 나타날 정도다.


수급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서울은 올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3만7000가구)보다 46%나 적은 2만가구에 그쳐 전세로 나올 신규 공급물량 자체가 줄어든다. 그런가하면 강남구 개포동과 강동구 상일동 등에서는 재건축 이주가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난이 저성장ㆍ저금리라는 장기 추세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인 만큼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 가을 전세난은 시장에서 전세가 거의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오고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 등이 나타나면서 매매 전환을 고려하던 세입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