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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 현주소②]시장보호 한다며 '운용의 폭'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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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원의 거대시장, 자산운용업의 속사정 탐구②

"요기서만 놀아라" 규제의 링에서 파이팅 의욕 상실


-세분화된 최저 자기자본 기준…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2년이상 경력자·협회 교육 이수자에 한해 운용 인력 제한
-분산투자·차입·공매도·대여 등 인가 이후에도 겹겹이 규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자산운용업이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 국민의 금융자산 비중이 늘면서 운용자산 규모는 늘었지만 정작 자산운용사들은 규제 덫에 걸려 제자리 걸음 중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2008년 기록한 6500억원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4400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야 6000억원을 겨우 회복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75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커졌지만 운용보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운용사들이 좀체 수익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0.49%던 공모펀드 운용보수율은 5년만에 0.29%로 떨어졌다.

자산운용사들이 운용보수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진 것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있지만 감독 당국의 규제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투자대상과 자격에 제한을 두다 보니 정해진 시장에서만 경쟁을 하게 되면서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수수료 경쟁만 하게 된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 현주소②]시장보호 한다며 '운용의 폭'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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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리나라의 자산운용업에 대한 규제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선진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자산운용사의 최저자기자본 요건을 80억원으로 규정하고 헤지펀드를 추가로 운용하려면 60억원의 자기자본을 더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산을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 등으로 세분화해 20억~40억원의 최저자기자본 기준도 두고 있다.


전문투자자 대상 자산운용사 역시 증권, 부동산, 특별자산 등으로 구분해 해당 자산을 취급하기 위해 별도의 최저자기자본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종합자산운용사가 헤지펀드까지 운용하기 위해서는 100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미국은 사모펀드의 경우, 운용자산규모가 1억5000만달러 이상인 경우만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모펀드라도 운용자산규모가 1억5000만달러 미만이거나 벤처캐피탈(VC)만 운용하면 등록을 면제하고 있다.


EU 역시 운용자산규모가 1억유로 이하인 경우, 인가 대신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저자기자본은 12만5000유로로 원화로 환산하면 1억7000만원 수준이다. 미국, EU, 영국 모두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진입규제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운용인력에 대한 규제도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전문사모펀드 운용사 인가요건으로 최소 3명 이상의 투자운용인력을 갖추도록 하면서 자격기준을 국내 공모펀드를 2년 이상 운용하고 협회 교육을 받은 사람에 한정했다.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영입하려고 해도 쉽지 않았던 이유다.


자산운용업계 고위관계자는 "규제가 만든 진입장벽이 투자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데는 유효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업계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며 "비합리적인 진입규제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열식 투자운용 규제도 문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분산투자는 물론 차입, 공매도, 대여, 이해상충거래 등을 금지하고 있다. 투자자산을 세분화해 인가를 내준 이후에도 운용규제를 통해 또 한번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등은 주요 투자대상에 자산의 50% 이상을 반드시 투자해야한다. 특히 동일종목 증권투자 '10%룰(rule)'을 비롯해 국채, 지방채, 재간접펀드, 장외파생상품 등 각종 투자대상에 대한 세부기준을 따로 두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운용 규제가 자유로운 편이지만 파생상품 투자 위험평가액 기준, 차입, 보증, 담보, 대여, 투자대상 자산의 종료, 파생상품 매매현황 등에 대한 별도 기준에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규제에 대한 눈치를 보느라 투자판단에 애를 먹을 때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그리고 협회 모범규준 등 세세한 규제가 너무 많다"며 "모범규준이나 가이드 등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당국에서 규정해 주는 것이니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규제가 더 많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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