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과 대구는 1981년 7월 직할시로 동시에 승격했다. 당시 대구시 면적은 454㎢에 인구는 183만명. 인천은 인구(114만명)와 면적(201㎢)은 물론 모든 경제지표에서 대구에 뒤처졌다.
그러나 지금 두 도시의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인구는 인천이 296만명, 대구가 251만명이고 면적은 인천이 1046㎢, 대구가 883㎢이다. 2013년 지역총생산(GRDP)도 인천이 64조6000억원으로 대구(44조8000억원)보다 20조원이나 웃돈다.
인천은 1995년 광역시 승격 이후 경기도 강화군·옹진군·검단면을 편입하고 2000년대 들어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하면서 인구와 면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 연말께 인구 300만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전국 3대 도시로 급성장한 지금에도 인천은 대구 다음으로 인식되고 불려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광역시 표기 순서만 보더라도 서울·부산·대구 다음이 인천이다.
과거 대구가 인천보다 인구·면적 등에서 비교우위였기 때문에 같은 광역시라도 대구를 먼저 표기했고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겠다며 정부부처 공문서의 수신기관 표기, 각종 통계자료·지표에 ‘인천·대구’ 순서로 표기해달라고 행자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시는 또 ‘경기만’ 명칭도 ‘인천만’으로 변경해 줄 것을 국립해양조사원에 건의했다. 인천·경기 앞바다 대부분이 중구·옹진군 해역인데도 이 해역이 경기만으로 표기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경기·인천’으로 통용되는 표기도 ‘인천·경기’로 수정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교육기관·언론사 등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혹자는 이미 관례화된 지자체 표기 순서를 인천시가 문제삼는 것에 대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당장 대구시와 경기도에선 역사성과 관습을 무시한 억지 주장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 문제를 ‘인천의 정체성 찾기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정체성 찾기는 민선6기 인천시의 핵심사업인 ‘인천의 가치 재창조’를 위한 밑바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천시로서는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유정복 시장은 관행으로 굳어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부터 인천의 정체성 찾기가 시작된다고 보고, 공무원들부터 비정상을 어떻게 정상으로 바꿀 것인지 고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최초의 인천 출신 시장답게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점을 차치하더라도 지역 정체성 찾기에 역점을 둔 유 시장의 시정운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엔 인천의 정체성 찾기가 범시민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인천에 유치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그 중 하나다. 과거와 달라진 인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사법주권을 찾자는 취지에서 지역사회가 한마음이 돼 움직이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에서조차 지역 정체성과 위상을 정립하는 작업이 등한시돼왔기 때문에 전국 3대 도시임에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도시개발과 성장만 쫓아오다 지역 정체성과 가치를 찾는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저 수도권의 도시 중 하나로 치부될 지, 아니면 전국 3대 도시에 걸맞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지 인천시와 시민들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일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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