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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이슈정리]광복절특사, 성완종과 신격호 그리고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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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교도소에서 나오는 씬(scene)으로 완결된 ‘광복절특사’의 첫 장면은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광복70주년을 기념해 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샷이슈정리]광복절특사, 성완종과 신격호 그리고 최태원 14일 광복절특사로 926일만에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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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 발언을 정확히 한달 만에 끝난 광복절특사의 시작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4월 28일 박 대통령은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고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성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발전, 아니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면" = 성완종 불법정치자금 수수 명단에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친박계 인사들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자 정국은 혼란에, 박 대통령은 위기에 빠졌다. 승부사 박 대통령이 꺼내 든 카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성씨를 사면시켜줘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니 노무현정부 사람들, 즉 야당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늘 그랬듯 ‘물타기’ 작전은 효과가 좋았다. “그 말도 맞네”라는 여론이 형성됐고 친박계와 정권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무뎌졌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불과 두 달만에 멋쩍음을 감수하고 '나도 사면'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뭘까. 광복절특사 계획을 밝혔던 7월 13일, 그리고 사면을 의결한 8월 13일 발언을 비교해보자.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7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또 국민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8월 13일, 국무회의)


국민대통합과 국민화합은 같은 말이라고 치고, 국민이 어려우니 사면을 한다는 것과 국민사기를 진작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인데, 국가발전이 경제활성화로 바뀐 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기업인 즉 재벌총수의 사면을 염두에 뒀겠지만, 성완종이라는 기업인 사면을 비판한지 두 달반만에 “나도 기업인을 사면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국가발전’이라고 표현했을 것으로 이해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언론들은 “기업인이 포함될까 아닐까”를 두고 갖가지 관측을 내놨다. 그리고 여론은 “기업인 사면도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흘렀다. 박 대통령이 자주 쓰는 이런 ‘두루뭉술 어법’은 이른바 ‘던져놓고 간보기’ 전략이다.


그러나 ‘최태원 사면’을 발표하게 된 당일까지 두루뭉술할 순 없는 법이다. 김승연, 구자원 회장 등 거론되던 기업인들을 제외해 범위를 최소화시켰지만 어쨌든 재벌총수 사면을 발표하게 된 마당에 사면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솔직하게 ‘경제활성화’라고 적시한 것이다.


총수 없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 결정을 못 내리고 우물쭈물하는 것 같으니, “총수를 풀어줄테니 확실하게 돈을 풀라”는 게 박 대통령의 뜻인데 효과는 반감되게 됐다. 이왕 하는 김에 통 크게 기업인들을 사면하지 못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사나이 울리는 辛부자 =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주요 기업인 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두 차례 사면 경력이 있어 “세 번은 어렵다”는 것이고, 구자원 LIG그룹 일가는 “죄질이 나빠서“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가정은 무의미할지라도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세 사람의 사이가 좋았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즐기며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읽고 있던 7월 29일 뜻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진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신(辛)씨 삼부자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자택에서 조간신문을 찢으며 “주먹이 운다”고 했을 것이고, 구자원·구본엽·구본상 LIG 구(具)씨 삼부자는 신씨 삼부자를 평생의 원수로 삼겠다고 결심했을지 모른다. 롯데 사태로 거세진 재벌총수의 경영권 전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기업인 사면범위를 최소화하게 만든 요인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국가 및 정부 분위기 조성에 전력하고 있다. 굳건한 지지율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한가롭게 집 쇼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이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해준 ‘임시공휴일’ 그리고 221만명에 달하는 민생사범 사면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정권 차원의 선물이다.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보겠다는 건 기업인 사면의 이유다.


박 대통령 생각대로 지지율이 오르고 투자가 확대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나쁠 건 없는 일이다. 사면대상 검토가 한창이던 지난 5일 SK그룹은 청년일자리창출 차원에서 2만 4000명의 우수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또 다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도 분명하다.


‘광복절특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박 대통령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때 최 회장을 풀어준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광복절특사 후속편 개봉.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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