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선택제·담아놓기 기능 등 아이디어 마련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클릭 준비, 시~작!'
개강을 앞둔 대학가는 벌써부터 한 차례 '전쟁'을 치를 듯한 분위기다. 한 학기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학생들이 수강신청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거나 재미있는 과목, 유익한 과목 등 특정 강의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 소리없는 전쟁에 나서게 마련이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수강신청에 해당 기간동안 대학가 인근 PC방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몇 초만에 결정되는 승패에 학생들은 '클릭 전쟁'을 치른다.
그동안 반복되는 이러한 전쟁에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 수강신청 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동시간대에 한꺼번에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도 수차례 발생했다.
대학들이 수강신청 '대란(大亂)'이 반복되자 전쟁을 막기 위해 변신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수강신청 시즌에 맞춰 대학들이 시스템을 개선해 학생들간의 경쟁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연세대는 이번 학기부터 수강신청 방식에 '마일리지 선택제'를 도입했다. 올해 초 연세대는 "학생들의 클릭 속도보다 수강선호도와 수강계획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수강신청 제도를 바꿨다. 학생들에게 최대 수강 신청 가능 학점을 기반으로 산정한 포인트를 부여하고, 강의마다 포인트를 걸어 최대 입찰자가 낙찰 받는 형식이다. 이른바 '경매제'인 셈이다.
숙명여대는 성적에 따른 수강 우선권을 부여한다. 수강신청 과정에서는 인원에 관계없이 신청을 받고, 이후 학년, 직전학기 이수학점, 직전학기 성적 순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난 학기부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서강대는 수강신청에 앞서 '담아놓기' 기능을 통해 원하는 강의를 미리 선택해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장바구니' 형식으로 학생들이 강의를 담으면 사전에 각 강의의 경쟁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확인한 학생들이 실제 수강신청 기간에 스스로 강의 리스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학의 변신에 학생들은 신청 제도의 변화가 아닌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사공병용(25)씨는 "'담아놓기'의 경우 여전히 수강신청에서 '누가 빨리 (홈페이지에) 접속하느냐'하는 부분은 남아있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원하는 수업의 수가 늘어나 아예 '파이'를 늘려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수강신청 제도 변화에 앞서 수업의 양과 질 등 문제의 근본을 해결해야 한다며 새로운 제도에 대해 수개월동안 학교 측에 반발하며 충돌을 빚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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