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한림원, 대처 방안 담은 '한림원의 목소리'에서 주장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준비, 컨트롤타워, 정보공개. 이 모든 것이 부실했고 부족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 이하 한림원)이 17일 메르스 사태가 주는 교훈과 향후 대책을 주제로 한 '한림원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한림원은 중동호흡기증후권(MERS·메르스) 유행은 국가적 재앙인데 2∼3년 동안 예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급성 전염병 확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의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염병 관리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원 측은 "전염병관리 등 보건의료에 관한 문제는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돼 있는데 보건복지부에는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나 의사 공무원이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들의 지위도 낮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제2차관 자리를 신설해 의사나 보건의료 전문가를 영입하고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리원 측은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의 전파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그 조직과 위상을 강화해 질병관리청으로 개편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병원 응급실 구조?운영 개편과 문병문화 혁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림원 측은 "우리나라 종합병원들의 응급실 구조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며 "응급실 전체가 한 방으로 트여 있거나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등 전염병 확산이 매우 쉽도록 돼 있어 화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과학적 정보 획득 노력과 투명한 정보공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림원 측은 "이번 우리나라 메르스 사태에서는 과학적 정보가 없었고 격리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며 "유행 초기에 환자 발생 병원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환자 이동과 2, 3차 전파 차단에 실패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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